‘조선업 1번지’ 부산 영도 상징 마감 우려에
한진重 노조와 시민단체, “조선소 생존에 초점”
주장하며, 인수 참여 기업들에 계획 공개 요구
SM그룹 “회사 유지하고 정상화 시킬 것” 강조

2019년 12월 바라본 부산시 영도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 조선소 전경. 사진= 채명석 기자
2019년 12월 바라본 부산시 영도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 조선소 전경. 사진= 채명석 기자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원조로 불리는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이 소재한 부산 영도가 시끄럽다.

수 년간 이어지고 있는 신조 시장 불황으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던 두 회사는 올해 안에 새주인을 찾겠다는 채권단의 의지에 따라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웃인 대선조선 매각작업이 먼저 진행됐으며, 수출입은행이 동일철강과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KDB산업은행이 지난 14일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 ▲동부건설 컨소시엄(한국토지신탁‧NHPE오퍼스) ▲SM상선 컨소시엄(SM상선‧SM그룹) ▲케이스톤 컨소시엄(KDB인베스트먼트‧케이스톤파트너스) 등이 참여했으며, 이번 주까지 입찰제안서를 평가해 다음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금융계 발로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인수가액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 유력하며, SM상선 컨소시엄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과 부산 시민단체들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조선업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모펀드가 한진중공업의 새주인이 되면 재투자 없이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차익만 남기고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탐내는 알토란 같은 땅이다. 센텀 시티 등 신도심 개발을 완료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부산 구도심 개발을 탐내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고, 경관도 좋으며, 조선소 부지 주변 지역도 재개발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러다 보니 한진중공업 매각 이슈가 중견 조선업 생존 문제가 아닌 부동산 개발 가능 여부에 집중되고 있으며, 새주인이 결정되면 영도조선소는 문을 닫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주인 결정되도 당장 조선소 폐쇄 못해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인수 후 3년간은 현재의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를 달았지만 한진중공업 노조 등은 인수 후보들측에 3년 후 조선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 이슈 때문에 불거졌긴 하지만, 이미 영도지역 조선소들은 이미 새로운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해 왔다. 영도의 협소한 조업 공간으로 인해 건조 선형에 제한이 따르고, 화물선들이 오가는 부산항 초입에 위치해 선박이 몰리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선조선은 영도조선소 이전에 대비해 다대조선소를 마련했고, 한진중공업도 부산 신항 내 터미널 부지 등 대체 입지를 검토중이었다. 다만, 영도의 지리적 이점을 고려했을 때 이전에 따른 비용 및 법‧규제 지원 등의 선행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두 조선사가 이전하면 부지를 용도 변경해 주거단지로 개발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자면, 영도 개발은 두 조선사가 이전을 했을 때 가능하다. 두 조선소는 육지는 벽을 세워 나눠졌지만 바다에서 봤을 땐 하나의 조선소로 보인다. 두 조선소 주변에는 협력업체들도 입주해있다. 한진중공업만 조선소를 이전하거나 폐업한다고 개발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는 동부건설과 한토신 등과 같은 건설 관련 업체들이 참여했다. SM그룹도 SM상선 등 해운사도 있지만, 기 인수한 건설사들이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모펀드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진重 경쟁력 있다” 살려야

부산 시민단체와 한진중공업 노조는 영도조선소가 본래의 역할은 선박 건조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부에서 수리 조선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제안도 말이 안된다고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군함과 특수선 등 정부와 기관 등에서 발주한 선박을 주로 건조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상선도 건조한 경험이 있고, 기술력도 있기 때문에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가 도래하면 일감도 늘릴 수 있다. 이러한 한진중공업을 금융논리로만 바라보고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 심정도 다급하다. 상당수의 제조업체가 문을 닫거나 타 지역으로 이전한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과 한진중공업 등 지역을 대표하면서 대규모 고용창출을 보장하는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재정 수입 감소도 고민거리다. 이에 한진중공업의 새주인이 결정되더라도 그들이 영도조선소 부지를 쉽게 개발 구역으로 풀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가장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한 측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진중공업은 단순히 금액만 높다고 결정할 일이 아니다. 산은이 주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누구로 삼을지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 “인수기업 매각한적 없다”

이런 가운데 SM그룹은 18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영도조선소에서 조선업을 지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SM그룹은 보유 자산 9조7000억원 규모에 계열사 53개를 거느리는 국내 재계 순위 38위인 중견그룹이다. 공격적인 외형 확대 전략으로 옛 한진해운의 사업 부문인 SM상선과 대한상선, 대한해운 등 부실기업을 적극 인수해 해운업을 강화했지만, 현재 조선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SM그룹이 조선업과 관련 없는 회사라며 사모펀드사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참여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함께 선박 신조에는 관심 없이 선박 수리만 해서는 한진중공업을 정상화를 할 수 없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SM그룹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오현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경영방침과 미래 비전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지금까지 50여개 회사를 인수했지만 한 번도 회사를 매각한 적이 없다”면서 “부도난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해 정상화하겠다는 그 약속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또한 전 임직원이 일심단결해 노력한다면 조선소 경영정상화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도 SPP조선을 인수하려다가 못하는 등 조선사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SM그룹은 조선사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선박과 LNG연료 추진선의 국내 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13만~15만t급 LNG선과 LNG벙커링선의 건조 경험을 살리고 이외에도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 TANKER) 및 중형 컨테이너선, 벌커선 등 신조사업을 확장함으로써 해운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부산지역의 핵심 조선소로 만들어 옛 한진중공업의 명성을 되찾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SM상선의 본사는 부산시 중구에 소재해 있는 SM상선 빌딩으로, 한진중공업 인수 시 본사는 동일 건물에 위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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