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백신 협력 강화에 살아나는 바이오·제약
국내 백신 생산시설·연구센터 등 설립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녹십자, 모더나 수혜주 부각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선 안보와 경제협력을 비롯해 백신, 반도체, 원자력, 기후변화 등 다방면의 논의가 진행돼, 관련 산업을 주시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정상회담의 영향이 미칠 투자 업종과 종목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바이오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산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백신기술과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한국은 생산능력을 제공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계약, 살아나는 바이오

한미간 백신 협력 강화로 침체된 바이오.제약 업종이 힘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미간 백신 협력 강화로 침체된 바이오.제약 업종이 힘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번 백신 협력 강화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바이오·제약주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술이전과 함께 생산시설·연구센터 등의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백신은 전 세계로 공급될 예정이며, 추후 국내 보급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제약업종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료와 함께 잇단 악재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백신·치료제 개발의 가속화가 지난해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백신 개발이 완료되며 기대감이 꺾였고, 에이치엘비·한국파마 등 제약업계에서 신약개발 및 임상과 관련해 허위사실들이 드러나며 크게 홍역을 앓았다.

이번 두 회사의 계약이 단순히 백신을 병에 주입하는(DP) 과정에 불과해 침체된 바이오·제약시장을 살리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겉으로 부각된 것 이외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받은 것은 400억달러(삼성전자 170억달러, SK하이닉스 10억달러, LG·SK 배터리 140억달러, 현대차 74억달러)로 우리가 받는 것도 ‘백신 위탁생산’ 정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선 총 4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이미 잘 알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의 백신 위탁생산·기술이전과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생산 MOU 이외에 산자부·보건복지부-모더나, 국립보건연구원-모더나의 계약이 있다.

이 연구원은 “한국에 백신 생산시설과 연구센터 등이 세워질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한-미 보건부는 가까운 미래에 의약품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헬스 등을 대상으로 의료협력 MOU를 추가로 체결하기로 했는데, 향후 바이오·제약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나 위탁생산 계약에 삼바·녹십자 주목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의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하반기 바이오주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의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하반기 바이오주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 관련 MOU가 체결되며 국내 바이오·제약업종이 주목받는 가운데 특히 모더나 관련주들이 주목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백신의 완제 공정에 대한 기술 도입 후 원료의약품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에 담는 무균 충전, 라벨링, 포장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모더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위탁생산 물량은 수억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가 될 것이며, 올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은 생산물량, 공급단가, 계약기간 등 추정 실적 변경에 반영할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목표주가 98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5만8000원이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280억원을 투자해 DP 생산설비를 증설 중이고 내년 중 완료될 예정”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DP 생산 능력이 검증된 만큼 증설 이후 모더나 외 다른 바이오사와의 추가 DP 계약 체결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녹십자는 국내에 도입되는 4000만도즈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유통과 허가권을 지난 2월 말 획득했다. 모더나와 DP 위탁생산 계약 체결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계약 체결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DP 위탁생산 사업 기회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수 기업과 지속해서 계약하고 있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DP 위탁생산 구조를 고려할 때 한국 내 DP 위탁생산 사업자 추가 선정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의 DP 용량 예약(Capacity Reservation) 계약기간이 내년 5월까지로 CEPI가 지원하는 백신 후보 파이프라인 위탁생산 계약 체결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녹십자의 기존 목표주가 59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녹십자의 24일 종가는 34만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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