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파트 (서울와이어 DB)
 서울시내 아파트 (서울와이어 DB)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단 하나의 원인을 대라면 주저 없이 '부동산'을 꼽을 수밖에 없다. 

강남 불패와 불로소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부동산 정의’에 대한 강박증은 정책에서 결정적 방향 착오를 불렀다. 공급을 늘려야 할 때 수요억제책으로 일관해 2020년과 2021년의 집값 폭등을 부채질했다. 그 결과 문 정권 5년간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는 가격이 배로 뛰었다. 고가 부동산과 다주택자들을 때려 서민 주거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선의’가 재앙적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문 정부는 뒤늦게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공급 확대책으로 선회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집 가진 국민은 세금에 분노했고, 무주택자는 가망 없는 내 집 마련의 꿈에 절망했다. 서울의 등 돌린 부동산 민심은 정치 초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렸다. 윤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 24만여 표 차로 눌렀는데 서울에서 윤 당선인은 31만 표를 앞섰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시장 흐름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문 정부와 정반대 방향에서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현 정권이 초기에 구사했던 부동산 정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의 대못을 뽑아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섰고, 대출 규제를 풀고, 종부세 재산세에서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흐름은 큰 틀에서 잘못된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하향 안정세를 탔던 주택시장을 뒤흔들었다. 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억제책으로 5주 연속 지속됐던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세는 3월 마지막 주(28일) 보합으로 전환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10주째 하락이 이어졌으나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권에 속하는 용산구도 6주째 이어진 내림세를 끝내고 상승 전환했다.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재건축 등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의 호재 때문이다. 전국 집값 폭등의 진앙은 언제나 강남이었다. 요즘 강남권 일부 고가 아파트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직전 거래액 대비 10억원 이상 오르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내건 공급, 세제, 대출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공약은 모두 집값을 밀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은이 긴축으로 선회해 기준금리가 꽤 올랐으나 여전히 시중에는 코로나19로 풀린 엄청난 유동성이 굴러다니고 있다. 여기에 무분별한 규제 완화라는 기름이 부어지면 부동산시장은 순식간에 폭발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정책 전반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손질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 정부가 28차례나 남발했던 것처럼 정책을 파편적, 땜질식으로 구사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 큰 그림을 그려놓고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꺼번에 성과를 내겠다고 성급하게 달려들어서도 곤란하다. 아무리 명분 있는 부동산 정책도 타이밍을 잘못 잡아 집값이나 전월세 불안을 키우면 나쁜 정책이 된다. 문 정권의 임대차법이나 징벌적 다주택자 규제 등이 그 예다. 좋은 정책은 국민 고통도 덜고 시장도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건 정교한 정책 조합을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악전고투 끝에 잡아놓은 집값이 무너지면 당장 6·1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직무를 잘할 것이라고 보는 응답은 55%에 불과했다. 역대 당선인들 평균(80%)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국회는 압도적 의석 차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매사 돌다리를 두드려야 한다. 윤 정부가 의욕 과잉으로 부동산 정책에서 헛다리를 짚다가 민심이 돌아서면 다른 정책들까지 추진력을 잃고 좌초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정권 초기부터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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