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기자
서동민 기자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6G(6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시장 선점 및 기술 확보에 분주하다. 2030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6G는 5G보다 50배 빠른 1테라비트(Tbps)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모빌리티,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메가트렌드들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만큼 통신사들의 선제적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6G가 상용화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5G를 놓고 몇 년째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이용자들의 불만이 해결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안정화하는게 우선이다. 세대 교체가 될 때까지 어영부영 버티려고만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최근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5G 이용자의 만족도는 LTE 이용자(52%)보다 낮은 46%에 그쳤다. 5G가 상용화된지 수년이 지났지만 만족도는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다. 불만이 나오는 주된 이유는 데이터 품질과 높은 요금 때문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지역도 한정적인데 요금은 이전보다 훨씬 비싸졌다는 것이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던 5G의 속도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났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5월 구현될 수 없는 기술을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이통 3사에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과징금 사상 역대 두번째로 큰 거액이다. 28gHz 주파수는 20배의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회절율, 건물 침투율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전국망 주파수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20배 속도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플랜B라도 잘 이행했어야 한다. LTE에 비해 4~5배 빠르다고 알려진 3.5gHz 주파수라도 차질 없이 지원해야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이통 3사는 28gHz 주파수를 회수당한 후 3.5gHz대역으로 전국망 구축에 나섰지만 아직도 농어촌 지역에서는 5G 상용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LTE로 강제 전환되는 곳이 많다.

물론 이통사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도 실적에 눈이 어두워 사업을 강행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 SKT는 지난 8월 발간한 ‘6G 백서’에서 5G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며 “기술 성능 부족의 단일 요인이 아닌 아닌 기기의 폼팩터 제약, 기기 및 서비스 기술 미성숙, 낮거나 부재 수준의 시장수요, 정책/규제 문제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기술만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구현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싼 요금으로 발생하는 불만은 이통사가 오롯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이통사는 5G 상용화에 돌입하면서 LTE보다 훨씬 비싼 별도 요금제를 도입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네트워크 차이에 따라 비용을 더 받는 경우는 없다.

SKT는 지난 6월 열린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변론기일에서 “공기청정기나 디젤 자동차같이 완성된 물건을 사서 하는 경우와 5G처럼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서비스가 점점 더 보강되는 경우는 다르다”며 “완벽히 LTE 망이 구축되기 전까지 LTE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변호인의 “그렇다면 서비스 품질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까지는 요금을 덜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에는 침묵했다. 

소비자가 기대한 상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제공했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동네 중국집에서도 자장면 곱배기를 시켰는데 보통이 나왔으면 최소한 차액은 환불해준다. 그런데 이통사는 배짱장사에도 모자라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최근 5G 가입자 순증세는 주춤하고, 많은 사람들이 LTE 요금제 기반의 알뜰폰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5G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통사는 하루 빨리 5G 품질 개선과 요금제 개편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6G보다 5G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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