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기자
서동민 기자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이동통신 점유율 계산 방식을 놓고 KT와 LG유플러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9월 들어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회선 수에서 KT를 제쳤기 때문이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9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회선 수는 1801만6932개로 KT(1713만3388개)를 넘어섰다. LG유플러스가 무선 사업을 시작한 이래 회선 수에서 2위로 올라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KT는 ‘통계의 맹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동통신 전체 회선 수에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포함되면서 해석에 혼선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KT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경쟁사의 회선 증가는 휴먼 가입자가 아닌 사물인터넷(IoT)에서 , 그 중에서도 원격 관제에서 가파르게 이뤄진 것”이라며 “IoT에서도 원격 관제를 제외한 차량 관제나 무선 결제 회선은 KT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올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200만 회선 규모의 원격 관제 계약을 따내면서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했으면 좋았겠지만, KT는 LG유플러스를 저격하는 발언도 했다. “우리는 IoT 원격 관제에서 최저가 입찰로 월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을 받으며 수백만 회선을 일시에 따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며 강조한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컨퍼런스콜 다음날에는 긴급 기자간담회까지 열면서 다시 한 번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영걸 KT 커스터머부문 상품기획담당(상무)은 “경쟁사의 경우 장비 가격도 소화하지 못하는 형태로 진행했다”며 “매출 비중도 작고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격 관제 회선은 단가도 낮은데, LG유플러스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숫자를 부풀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반 가입자 회선에서는 아직 KT가 앞서고 있고, 일반 가입자 회선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이 IoT 회선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KT를 추월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양적 성장이 마냥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부정적인 논리로 경쟁사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사실 이동통신사들의 비방전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KT만의 일도 아니다. 2014년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이동통신 3사는 서로에게 잘못을 떠밀었고, 2016년 IoT 기술 표준을 두고도 공개적인 비방을 주고받았다.

이처럼 비방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통신 서비스 시장이 철저한 내수 시장이고, 서비스 품질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등 비슷한 특성을 가진 다른 시장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흙탕 싸움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서로를 물고 뜯어봤자 소비자는 물론이고 기업도 얻는 이득은 없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보다 서비스 차별화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 이전투구식 싸움에서 최종 승자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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