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영국 하원 의회에서 15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부결됐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2개월 남짓 남겨두고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제1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 16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AFP통신은 영국이 수정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재표결, 노딜 브렉시트, 제2차 국민투표라는 3개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일단 브렉시트 합의안이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됐지만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불신임안 통과를 위해서는 650석의 하원 의석 중 과반을 확보해야 하지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메이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따른 시나리오 중 첫 번째로 거론되는 재표결은 여전히 부결 가능성이 크다.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문에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방안을 담았다.

 

영국 내에서 “안전장치가 있으면 영원히 EU의 지배하에 잔류할 우려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자 메이 총리는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 양보를 요구했지만 EU는 현재의 합의안이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타협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더 이상의 대폭 수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메이 총리 역시 하원 대패 이후 성명에서 “하원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겠다”면서도 “남은 선택사항은 없다”고 경고했다.

 

AFP는 하원이 수정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메이 총리 퇴진 전까지는 정부가 비슷한 합의안을 반복적으로 의회에 제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에 무게를 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후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리스본조약 50조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회원국 탈퇴 규정을 담은 조항으로 연기를 위해서는 27개 EU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브렉시트 연기를 부정했던 영국 정치권에서도 합의안 부결 후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EU 역시 오는 7월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시야에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는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의 경기 침체를 야기할 뿐 아니라 EU의 경제성장도 둔화시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3월 29일까지 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국민 의견을 다시 묻는 2차 국민투표 시행 여부다.

 

지난 2016년 6월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52%가 찬성하면서 브렉시트가 결정됐지만 반대파 48%는 국민투표 재실시를 요구해 왔다.

 

메이 총리는 재투표는 영국의 정치 일관성을 훼손한다며 “2차 국민투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다른 선택사항이 없다면 국민투표 재실시야말로 민주적”이라며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재실시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국 언론은 재투표를 금지하는 법 조항은 없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적 절차인지 의문시되고 있어 자칫 내부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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