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해외 공략 효과
정부 압박 조짐에 노심초사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식품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하며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에 식품업계는 성장 한계를 부딪친 국내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올 한해 이들의 경영 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식품업계 대형화의 척도로 여겨지는 매출 3조원을 달성한 업체가 지난해 7곳에서 9곳으로 증가했다. 산업계 전반이 업황난을 겪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해외시장 공략과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호실적으로 웃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표정관리에 나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 재점화된 정부의 압박 조짐에 실적이 고꾸라질 가능성이 커서다.

◆불황에도 ‘3조 클럽’ 입성

그간 식품업계에서 매출 3조원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졌다. 국내시장 규모와 치열한 경쟁으로 매출 규모를 늘리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식품기업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식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고물가로 외식물가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사 매출 기준 ‘3조 클럽’은 기존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오뚜기, 농심, SPC삼립 등 7개사에서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CJ프레시웨이가 새로 합류했다. CJ프레시웨이와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3조742억원, 3조2247억원의 매출을 냈다. 풀무원과 오리온은 모두 2조9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개별 업체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 의미가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비중이 큰 회사들 위주로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내수시장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시장 공략에 바짝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식품업계에선 해외시장을 돌파구로 찾았다. 최근 해외에선 K-푸드 열풍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응이 높다는 평가다. 이들은 증가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새 공장 건설 등 시장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과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과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물가안정 압박에 고심

일각에선 고물가에도 실적 잔치를 벌이는 식품업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식품업계에 대해 연일 가격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식품업계는 가격과 관련해 정부 압박을 지속해서 받았다. 이에 일부 제품들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다시 한번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에 가공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코스피 상장 식품 기업 37곳 중 23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2년간 정부 요청에 따라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추가로 더 내릴 여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의 지속적인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위기 타개를 위한 전략 재정비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식품사에 대한 가격조정은 경영환경에 따라 정부의 압박도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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