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단편 보고 매료돼 장편화 제작 결정
달 구현 위한 레퍼런스 부족해 어려움 겪어
'고요의 바다'는 자원에 대한 절박한 메시지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K-시리즈 최초로 달에 착륙하며 2021년의 대미를 장식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국내 최정상 제작진과 배우들의 조합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최항용 감독의 단편이자 원작 '고요의 바다'를 접하고 작품이 지닌 참신함과 거침없는 상상력에 매료됐던 배우이자 제작자인 정우성. 3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 안에 담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직감한 정우성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또 한 번 제작에 나섰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자와 만난 정우성은 "제작한 작품이 세계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보며 두려웠다"며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1차 메인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1차 메인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정우성은 제작팀의 일원으로 작가와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부터 프로프로덕션 및 촬영 기간,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함께했다. 제작자로서의 입장을 떠나 현장 경험이 많은 분야의 종사자로서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이 작품이 지닌 고유의 세계관을 훼손시키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전달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제작과정에 힘을 보탰다.

"달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흔치도 않고 제가 본 기억도 없기 때문에 전부가 새로웠어요. 소위 '맨땅에 헤딩한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달 지면을 촬영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노하우나 참고할 만한 기법이 없었어요. 작품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라고는 아폴로 11호가 달 지면에 착륙해 저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모습 정도가 전부였죠. 그것을 어떻게 '가까운 미래로 끄집어 올려서 어떤 식으로 구현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어려운 도전이었기에 두려웠고, 그에 반하는 용기가 있었기에 진행이 가능했던 이번 작품의 제작이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촬영현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촬영현장. 사진=넷플릭스 제공

거대하고 적막한 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베테랑 현장 제작진이 모였다. 무중력 상태에서 표현되는 연기자들의 움직임을 위해 김설진 안무가가 코치했고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현실감 있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을 선보인 웨스트월드가 우주의 광활한 풍경을 담당했으며 영화 '화차', '더 킹' 등에서 섬세한 공간구성 능력을 펼쳐 보였던 이나겸 미술감독이 우주선과 베일에 싸인 발해기지를 디자인해 '고요의 바다'만의 현실감 넘치는 볼거리를 완성했다.

"'이 정도 사이즈의 작품에서 이 정도 현실감 있는 구현이라면 해볼 만하다'라는 용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참고할 자료가 적은 상황에서 진행된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작품이 완성됐을 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그게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로 와닿을지는 미지수잖아요. 그래서 작품이 공개된 날부터 다음 이틀 정도는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 정우성.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단편을 보고 장편화를 결정했을 때 내적 의미로 외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지구에서 우리 삶의 가장 당연한 요소이자 절대 필요 요소인 '물'이었어요. 인류에게 물이 부족해졌을 때 ''달'로 구하러 간다'는 역설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역설 속엔 물 같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원뿐 아니라 기후와 환경문제로 생기는 자원의 고갈과 환경파괴 등을 우리가 얼마나 '절박하게' 인식하는지, '당연한 자원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충분히 매력 있는 소재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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