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해외 도피 의혹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담당 부장검사도 행적 묘연
경남기업 대출특혜 조사 청원까지 등장 '수사 판 커질까'

검찰이 '남산 3억원 의혹사건'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핵심 인물들의 행적은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남산 3억원 의혹' 등 신한금융지주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6일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12건을 진상규명이 필요한 '우선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조사를 권고했다. 이중에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의심받고 있는 '남산 3억원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이와 맞물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인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그리고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중희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부장검사)가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사실상 재조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2008년, 신한금융지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2008년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남산 3억원 의혹' 사건. 이 전 행장이 서울 남산 주차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만나 3억원을 전달한 사건으로, 당시 수사가 미궁에 빠지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은 2010년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내부 암투, 이른바 '신한사태'로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 재판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의혹 내용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라 전 회장 측이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정권 실세(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지목)에게 3억원을 거넸다'는 것이었는데, 검찰은 이 부분과 남산 3억원 의혹 사이의 연관성을 끝끝내 찾지 못했다.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경제개혁연대가 201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간 연루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2015년 3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치매 앓는다는 라 전 회장 어디에… 핵심인물 3인방 모두 '잠수'

문제는 재수사에 필요한 핵심 인물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이 전 부장검사를 빠른 시일 내 소환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해외로 출국한 상태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과거사위원회가 우선조사대상을 발표한 6일 이후 비행기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실상 재조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라 전 회장은 하와이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전 행장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라 전 회장의 경우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이유로 당시 검찰조사를 3년간 불응했던 만큼, '아픈 사람이 출국 속도는 빠르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라 전 회장은 2015년 농심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 한차례 '위장치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5년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중희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부장검사도 마찬가지다. 한 제보자는 "이중희 전 부장검사도 현재 행적이 묘연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수사에 돌입할 경우 본인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해외 도피 의혹에 대해 "그분들은 현재 신한금융과 무관한 분들이다. 이미 퇴임했고, 지분이 얽혀있는 관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해외 출국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남산 3억원 의혹 등은)기업과는 무관한, 검찰과 개인간의 형사소송 건이었다. 직함이 걸린 것일 뿐 조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신한사태 등 문제를 겪으면서 기업 내부적으로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더 열심히하겠다"고 답변했다.
 

신한금융지주 본사

한편 지난달 11일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신한사태 관련 사건의 빠른 재조사 및 금융적폐세력 처벌 요망'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해 관심을 받았다. 청원의 핵심 내용은 남산 3억원 의혹 등에 대한 처벌 촉구였으나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불법대출 사건 재조사 등도 언급돼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재수사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에는 겉잡을 수 없이 커다란 소용돌이가 한바탕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모로 의혹도 논란도 많은 사건이었다"며 "이번 재수사를 계기로 불법 계좌조회, 경남기업 특혜 등 신한금융과 얽힌 각종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청원 전문.
 

존경하는 대통령님! 
 

2018. 2. 6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과거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의혹이 있는 1차 사전조사 대상사건으로 '남산 3억원 제공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 을 선정해서 '신한사태'를 재조사 하기로 했습니다. 
 

2010.9.2 발생한 '신한사태'는 당시 MB 정권의 부패사조직인 '상촌회'라는 배후세력과 일부 부패한 검찰, 신한은행내 맹목적이고 출세지향적인 일부 직원들이 합작하여, 당시 신한지주 사장인 '신상훈'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무고하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였으나, 2017. 3월 대법원 판결에서 대부분 무죄로 판명되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새로운 정부들어 검찰과거사위에서 이제라도 '신한사태'를 재조사하여 금융적폐세력들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정말 다행이고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 하오며, 아래와 같이 '청원'하오니 빠른 재조사 및 금융적폐세력들 처벌하여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첫째, 남산 3억원 뇌물사건의 실체를 밝혀 처벌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8년 2월 중순경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이백순 부사장이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입구에서 '이상득의원'관련자(?)에게 3억원을 전달했던 사건. 전달한 돈은 나가서 없어졌는데, 준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이 없는 유령사건. 

둘째, 현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위증죄 및 위증교사죄를 조사하여 처벌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17. 2월 '금융정의연대'는 현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위증죄로 고발하였으나, 검찰이 무슨 이유인지 직무유기 하면서 아직도 수사 하지 않고 있는 사건. 
 

셋째, 신한은행의 경남기업 불법대출 사건을 재조사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5. 5월 '참여연대'는 서울중앙지검에 2013년에 이루어진 신한은행의 경남기업에 대한 불법지원 및 불법대출에 대하여, 당시 신한지주 '한동우' 회장등에 대하여 직권남용 및 배임죄로 고발하였으나,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였는 바 검찰권 남용으로 재조사가 필요한 사건임. 
 

넷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신한금융투자 차명계좌건에 대하여 재조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13년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하여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한 부문 검사를 실시한 결과, 차명주식거래가 '라응찬' 전회장의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라 전회장에 대하여 솜 방망이 처벌만 하고 종결한 사건. 
 

다섯째, 신한은행 금융실명제 위반사건에 대하여 재조사후 합당한 처벌을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신한은행은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을 몰아내기 위하여 2010년 당시 신상훈 사장과 가까운 고객 200여명 및 정치인, 전 현직 고위 관료들의 계좌를 불법조회 하였으나, 금강원과 검찰이 무슨 이유인지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후 신한은행에 면죄부를 준 사건. 

bor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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