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언론계 쪽에는 미투가 없나요” 한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궁금했던 것 같다. 문화 예술 등 각계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데 유독 언론계는 잠잠해서 그럴 터.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언론계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보도만 되지 않을 뿐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자고 나면 미투다.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올라온 사람을 치면 미투에 관련된 경우가 적지 않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물들도 수두룩하다. 사람 속내는 모른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원로시인 고은이다. 둘은 분야에서 영향력이 대단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대통령도 될 수 있고,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계속 거론될 수 있는 문단의 거목이었다.
 

먼저 안희정을 보자. 지난 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2등을 했다. 차기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젊고, 유능하고,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정치인이었다. 민주당 차기 당권에도 가까이 가 있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몰락했다. 미투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가 도지사로 있던 충남은 물론 정치권이 경악했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고 할까.
 

안희정은 자기 발로 검찰에 출두했다. 그 당시 장면을 지켜봤다. “아내와 딸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물론 피해자에게도 사과했다. 안희정에게 반문한다. “왜 미안한 짓을 했는가”. 미안한 것을 알았다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고도 충남지사, 대선 후보로 행세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자기 자신도 속였다고 할 수 있다.

고은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곤 했다. 한국 문단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외신을 통해 발뺌하기도 했다. 그의 문학정신을 기려 기념 공간 등을 설치하고 했던 지자체도 모두 등을 돌렸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 말고도 여러 사람이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대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더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미투가 가져온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까. 이번 미투 운동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뿌리를 뽑을 때까지 계속 되어야 한다. 걱정되는 대목도 없진 않다. 폭로한 사람들의 2차 피해다. 인터넷을 통해 신상털기 등이 자행되곤 한다. 피해자를 두 번 짓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투의 원인을 나름 분석해 본다. 음심(淫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음란한 생각, 즉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만히 있으면 점점 농노가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 음심은 감정으로 추스릴 수 없다. 이성으로 제어해야 한다. 정직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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