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이어 염보라 기자]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신상 검증보다 정책 방향에 초점 맞춰졌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결정이 기정사실화 된 만큼, 국내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질의가 줄을 이었다. 가계부채·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에 대한 질문과 함께 지난 임기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 "금리 역전해도 자본유출 가능성 크지 않아… 금리인상 결정 신중히" 

이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 후 정책방향을 가늠해보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FOMC에서 미국은 기준금리를 0.25%P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10년 7개월만의 한미간 금리역전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우리나라는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으로 대외건전성도 양호한 점이 자본유출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의 상황들을 고려할 때 향후 역전폭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예의주시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대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그 사이(선제적 대응과 신중한 접근)에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리스크 경계 강화… 청년 일자리 위한 재정 지원 필요"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급증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가계부채가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에 집중됐고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양호하다"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취약차주의 경우 금리 상승 시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 정부의 대책에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원들의 언급에 대해 "시장금리 상승,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일자리에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다만 이 후보자는 "장기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재정 지원과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한국지엠(GM) 공장 철수 등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전북·군산 지역 구제방안에 대해서는 "400~500억원을 곧바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금융중개 지원대출 한도 확대, 통화정책 완화 등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 "말 잘 듣는 총재? 통화정책 중립성·자율성 강조할 것"

이번 청문회에서는 한국은행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정부가 말 잘 듣는 총재를 선임하기 위해 이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제기됐다. 의원들에 따르면 이 총재는 임기 초 기준금리 강화 방침을 밝혀왔으나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맞춰 기준금리를 5차례 인하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부 입김에 맞는 정책을 펼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연임 임명 이유를 보니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그렇게 하란 뜻으로 알고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기준금리 인하 건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은 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건전성 문제가 같이 뒷받침되는 것"이라며 "2014년 당시 물가가 0%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었다. 가계부채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꺼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봤다"고 일축했다.

이어 경제부총리와의 잦은 회동을 언급하며 "이렇게 해서 한은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의구심이 안 가도록 신경을 써야겠다"면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오는 4월 새 임기가 시작되는 한은 총재로 이주열 현 총재를 내정했다. 한은 총재직 연임은 1974년 김성환 전 한은 총재(1970~1978) 이후 44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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