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조원태 사장 이어 조현민 전무 '갑질' 의혹 휩싸여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찬바람 불던 2014년 겨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본사 건물에서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참담했다. "다시 한 번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명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첫째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잘못에, 아버지로서 숙인 고개였다.

그 뒤로 3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둘째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갑질' 논란이 튀어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쯤되면 갑질항공"이라고 조롱했다.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이뤘다. 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갑질' 저력이 있다. 조 회장의 3남매가 돌아가며 사고를 친 셈이다. 

지난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는 최근 대한항공 광고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A사 광고팀장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을 뿌린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조 전무는 지난달 A사와 가진 회의에서 해당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는 이유로 언성을 높이며 얼굴에 물을 뿌린 뒤 회의장에서 내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12월 미국에서 이륙 중인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다가 기내 서비스를 문제삼으며 비행기를 되돌려 대중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불리며 대표 갑질 사례로 오르내렸다. 당시 조현민 전무는 언니가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자 다음날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를 보내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갑질 사례는 좀더 많다. 2015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00년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도망가다가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적이 있다. 뺑소니에 공무집행 방해의 현행범 수준이었으나 경찰은 이례적으로 입건만 한 뒤 4시간 만에 풀어줘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 사장은 1999년에도 빼소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 2012년에는 인하대학교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비난을 받았다.

조현아 사장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고, 조현민 전무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6일 열린 대한항공 임원세미나에 참석해 "문제가 발생하면 규정과 원칙이라는 틀 안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분석해 솔루션을 제시해야 미래를 대비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말처럼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회사의 발전에 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면 규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솔루션을 제시해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대중의 여론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조 회장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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