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경기 둔화 심화
미국 3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전망 약화

이번주 연준의 금리 인상 관련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기 둔화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이번주 연준의 금리 인상 관련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기 둔화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페이스북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증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시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체로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어지던가, 0.50%포인트 대신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되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대폭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연준이 다음 달 15~16일로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00~0.25%다.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3월 금리 인상 폭을 한 번에 0.50%포인트까지 올리는 ‘빅스텝’ 단행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오는 3월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할 때 연준의 첫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밀, 팔라듐 등)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격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심화될 경우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화상 행사 연설에서 “연준은 러시아의 침공이 세계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일단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하는 확률이 86.7%로 급등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확산으로 미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약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1990년 이후 주요 전쟁 사례를 보면 전쟁 발생과 함께 금융시장은 대부분 안정을 회복했다”며 “다만 위험에 대한 경계감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와 물가 흐름의 충격을 확인하고, 유가 불안 등을 막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설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은 다음 달 2~3일(현지시간) 이틀간 하원, 상원에 차례로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사진=CNBC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은 다음 달 2~3일(현지시간) 이틀간 하원, 상원에 차례로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사진=CNBC

반면 매파적 발언을 이어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지정학적 위기에도 물가 급등을 지적하며 다음 달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기에, 연준이 이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시리우스XM 비즈니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경제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물론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월1일까지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보기 원한다”며 기존 매파적 입장을 강조했다.

아직 시일이 남았으나, 조만간 연준의 속내가 조금은 공개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 달 2~3일(현지시간) 이틀간 하원, 상원에 차례로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는 경제 현황과 전망에 대한 질의를 받는다. 

금리 인상 단행을 앞두고 상·하원에 출석하는 파월 의장의 발언 하나하나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금리 인상 횟수, 회당 인상률, 양적 긴축 시행 시점에 대한 힌트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 외에 이번주 라파엘 보스틱과 불러드 연은 총재에 이어 시카고의 찰스 에번스, 뉴욕의 존 윌리엄스 연은 총재의 연설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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