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서 유영철 모티브 ‘구영춘’ 연기
미국서 대학 졸업 후 배우로 진로 전향, 부모님 반대 심해
차기작은 Apple TV+ ‘파친코’. ‘이삭’ 형 ‘요셉’ 역 맡아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멈추지 않고 진화하는 범죄. 범죄를 막기 위해 치열하게 부딪히는 수많은 이들. 그 사이 최초’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은 프로파일러의 삶을 조명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완전범죄는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며 종영했다.

치밀한 스토리, 긴장감 넘치는 전개, 과감하고도 섬세한 연출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주, 조연할 것 없이 극을 이끈 모든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매회 시청률을 갱신한 드라마는 마지막 회 수도권 기준 시청률 7.6%, 2049 시청률 4.2%를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9%까지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우 한준우. 사진=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한준우. 사진=웅빈이엔에스 제공

극중 유영철의 모티브로 스무 명을 살해한 '구영춘'으로 분한 배우 한준우는 '송하영'(김남길)과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리며 화제를 모았다. 심리전 외에도 추격전, 액션 등을 선보였던 그는 "인물의 감정선이 아주 어두워서 그런지 액션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는 몸에 잔고장이 날 때도 있었다"며 관련 장면 촬영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고 스트레칭도 자주 하는 편인데,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이나 무거운 감정이 실리는 액션은 왠지 몸에서도 좀 다른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이래서 나쁜 행동은 하면 안 되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웃음)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김남길 선배님이 액션 연기에 베테랑이셔서 아주 재미있고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어요. 날씨가 꽤 쌀쌀해졌을 때 반소매만 입고 촬영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열심히 뛰면서 몸을 달구기도 했는데, 도망가고자 하는 ‘구영춘’의 필사적인 마음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 현장에서는 항상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극중에서 '송하영'(김남길)과 '국영수'(진선규)가 인간의 성선설과 성악설에 관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답을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의 근본과 사회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찰해보는 순간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사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살아갈 목적도 없잖아요. 언젠가 권일용 교수님이, ‘시체 옆에 누워서 함께 자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외로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얘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무작정 ‘나쁘다’라고만 정죄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권 교수님이 프로파일러의 포문을 여셨고 프로파일러 분들이 현재 임하고 있는 일처럼 악의 근본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그리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위로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구영춘'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미국에서 매사추세츠 대학교(UMass)을 졸업한 한준우. 연기자로서 꿈을 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거센 반대를 했다. 특히 아버지의 반대는 엄청났다. 이젠 부모님도 그가 되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걸 안다. 계속 작품에 참여하고 발표하는 것에 있어 신기하고 안심해 하지만 내색은 잘하지 않는다. 가까운 지인들은 그를 잘 알기에 극중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몰입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인이나 동료 배우도 몰입해서 잘 봐주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한준우는 어렵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만큼 연기자로서 포부도 크다. 그는 기자에게 앞으로 맡고 싶은 장르와 역할을 소개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이선균 선배님이 연기하셨던 ‘박동훈’. 영화 ‘그해 여름’의 이병헌 선배님.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베드’의 브라이언 크랜스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영화 ‘플라이트’의 덴젤 워싱턴 같은 역할, 해 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네요. (웃음) 어떤 특정 장르에 국한되기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섬세하게 묘사된 작품을 좋아합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이 다 저의 인생 최고작이고, 이병헌 선배님과 덴젤 워싱턴은 저의 롤모델이기도 해요. 함께 해 보고 싶은 좋은 작품, 좋은 배우 분들이 너무 많아요. 꼽을 수가 없어요 (웃음)“

배우 한준우. 사진=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한준우. 사진=웅빈이엔에스 제공

"이전 작품들의 캐릭터가 계속 지워지는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 작품, 어떤 역할로 한준우라는 배우가 나와도, 항상 새로운 인물로 기억될 수 있도록요. 제 이름보다는 작품과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영춘' 연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저의 몸과 마음을 걱정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힘으로 아주 건강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요즘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강원도 산불, 전 세계적으로 정말 가슴 아픈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그 힘듦 속에서 어떤 의미로든 조금이나마 좋은 힘이 되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고난과 고통 속에서 더 귀하게 빛을 발하는 흙 속의 진주와 같은 ‘사랑’을 절대 놓지 마시길 바랄게요."

Apple Original Series 최고 기대작 ‘파친코’는 지난달 25일 전 세계에 처음 공개 되었다. 현재 총 8회의 에피소드 중 4회까지 공개된 상태다. 윤여정, 이민호, 진하, 김민하, 정은채, 노상현, 아라이 소지, 미나미 카호, 지미 심슨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은 동명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로 도서를 원작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따뜻하게 담아냈다. 작품에서 한준우는 '이삭'(노상현)의 형 '요셉' 역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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