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가속화에 저원가성예금 줄어
수신금리 올리고 대출금리 낮춘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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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최근 지방은행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 그간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 등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는데,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일부 지방은행 고객들은 대기자금을 묶어두는 저원가성예금 상품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수신 금리를 올리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수신 쟁탈전 격화에 저원가성예금 줄어 

최근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2%대로 높아졌다.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파킹통장 등을 활용해 고객을 유인하면서 지방은행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본격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의 수신 쟁탈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실제 1분기 지방은행 실적을 보면 저원가성예금이 줄면서 핵심고객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핵심예금'으로 불리는 저원가성 예금은 요구불(수시입출식)예금, 저축성예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통상 월급통장, 투자 대기자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리가 0.1~0.3% 수준에 불과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거의 없는 만큼, 은행들의 수익확보에 유리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에도 이 같은 저원가성 예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대구은행의 1분기 말 현재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21조496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약 3.0% 감소했다. 이중 요구불예금은 1분기 4조2049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5.9%가 줄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0.8%가 감소했다. 부산은행의 1분기 저원가성 예금은 22조1499억원으로 전년대비 0.8% 소폭 늘었지만, 그 중 MMDA를 제외한 핵심예금(요구불·저축성예금)은 18조635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0.1% 줄었다.

반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1분기 저원가성 핵심예금은 약 60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9%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8.7%나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별 1분기 기준 저원가성 예금은 국민은행 176조원, 신한은행 149조원, 하나은행 130조원, 우리은행 146조원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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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금리 올리고 대출 금리 낮추고 '분주'

지방은행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다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광주은행은 지난달 29일 거치식 예금 7종과 시장성예금 3종, 적립식예금 18종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이중 '넋이예금'은 1년 만기 상품의 경우 0.6%, 2년 만기 상품의 경우 0.7% 기본금리를 각각 제공했었는데, 이번에 최대 1.0% 금리를 인상했다.

'넋이적금'의 금리도 최대 0.8%포인트 올렸다. 기존 0.8%이던 1년만기 상품(정액식)의 금리는 1.5%로, 2년 만기 상품은 1.7%로 각각 인상했다. 여기에 우대금리 최고 0.8%포인트를 더하면 2년만기 상품의 경우 2.5%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19일 예금과 적금 수신상품 금리를 0.1~0.4%포인트 올렸고, 대구은행도 지난 20일 0.2~0.4%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기로로 했다. 제주은행은 지난 2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3%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은 이 같은 수신 쟁탈전에 이어 대출 금리 인하 경쟁에도 나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할 것 없이 가계대출 부문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가계 ONE신용대출' 신규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내렸다. 우선 3000억원 한도로 가계 ONE신용대출을 신청하는 모든 고객에게 특별우대금리 0.30%포인트를 부여하고, 여기에 신용등급에 따라 추가로 최대 0.3%포인트를 금리를 감면해 준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들 역시 가계대출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은행권에서도 만기를 늘린 가계대출 상품 출시에 이어 금리 인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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