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테헤란 거리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테헤란 거리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이란에서 여성의 히잡 반대 시위가 격화되며 관련 사망자가 76명을 넘어섰다.

28일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이란 정부의 시위 진압으로 전날까지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날 집계된 해당 시위 관련 사망자수는 57명이다.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머리에 써야 하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쓰러진 뒤 지난 16일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히잡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 사망 후 일어난 항의는 전국으로 확산되며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시위는 열흘을 넘겼고 정부의 진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각 지역에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며 “독재 타도”를 외치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히잡을 불태우는 영상도 올라온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역인 31개 주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보고됐으며 이를 통해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1200여명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8월 강경 보수파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뒤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도덕 경찰의 폭력을 용인하는 법 개정 등으로 여성의 복장 규율을 엄격하게 단속했다.

한편 서방 국가들은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 대해 규탄하며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도덕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독일은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했고 캐나다는 이란 도덕 경찰과 지도부 등에 제재 방침을 밝혔다.

이란 정부는 서방 국가의 이 같은 제재 움직임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언제나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깨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은 거짓 선동으로 폭도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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