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조지아 주에서 서로에 대한 막말 시작
'미국 정치의 민낯'… 아름다운 경쟁은 저 멀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올해 11월5일 치러지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의 ‘리매치’가 성사됐다. 둘은 며칠 새 거친 말을 주고 받으며 미 대선이 본격화 됐음을 알렸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유세에 동시에 나서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일에 양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예정된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0.2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경합주다. 이곳에서 서로에 대한 비방전이 오가며 대선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의 전임자(my predecessor)’라고 13차례나 언급하며 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대선 불복, 총기 규제 완화, 외교정책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체납과 관련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러시아에 굴복했다”고 표현했다.

국정연설 다음날인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공업지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선거유세에서 “트럼프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9일엔 발언 수위가 더 강해졌다. 조지아주 연설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로 평가받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8일 자신의 자택으로 초대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왕'이라고 부른 것을 자랑했다”며 그를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들에게 아첨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방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센 막말로 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그를 “사이코(정신질환자)”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시청한 뒤 “자신과 그의 당이 만들어낸 끔찍한 파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자신의 기록에서 도망치고 미친 듯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들만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자(바이든)는 사이코”라고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적었다.

9일 조지아주 선거유세에서는 지난달 20대 간호대 학생 레이켄 라일리의 살해 용의자로 베네수엘라 국적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된 것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국정연설에서 라일리의 이름을 '링컨' 라일리라고 잘못 언급해 더듬는 장면을 따라 하며 그를 조롱했다. 

그가 체포된 용의자를 자신의 정책 방향과 달리 ‘불법’ 이민자라고 한 점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후 MSNBC 인터뷰에서 용의자를 불법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최악의 막말 전쟁으로 미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 전 세계의 눈쌀을 찌뿌리게 했던 전·현직 대통령이 다시금 서로의 비방 수위를 높이며 대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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