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은 자막 오류에 메인스폰서 로고 가리기 논란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 자막 오류(사진=티빙 캡처)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 자막 오류(사진=티빙 캡처)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이 9일 중계 첫날 자막 오류를 비롯한 갖가지 실수로 빈축을 샀다.

티빙은 9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타석에 들어선 한화 이글스의 채은성 선수를 ‘22번 타자 채은성’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이날 채은성은 5번 타자로 등장했으나, 티빙은 등 번호 22번으로 선수를 소개했다.  야구에서는 통상적으로 등 번호가 아닌 타순에 따라 타자를 부른다. 또한 같은 경기에서 3루에 주자가 안착하자 ‘3루 SAFE’ 대신 ‘3루 SAVE’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밟자 ‘홈인’ 대신 ‘홈런’으로 표기했다.

이 밖에도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를 전근우로, SSG랜더스 에레디아를 에레디야로 쓰는 등 빈번한 오류가 눈에 띄었다. KBO 메인스폰서인 신한은행을 희미하게 처리하고, 그 위에 자사의 티빙 로고를 덧씌운 것도 논란이 됐다.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티빙의 미숙한 중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티빙은 5월부터 유료 중계에 돌입하는데, 기존의 무료 중계보다 못한 서비스로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티빙의 모회사 CJENM은 치열한 경쟁 끝에 2024~2026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번 입찰에서 CJENM은 3년간 총 1350억원(연 45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통신 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의 계약 규모인 5년간 총 1100억원(연 22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그동안 CJENM은 매년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티빙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 왔다. 이번에 전례 없는 금액을 제시하며 중계권을 따낸 것도 프로야구의 충성 시청자들을 확보해 유료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PC나 모바일에서 야구 중계를 보려면 4월 말까지는 티빙에서 무료로 볼 수 있지만, 5월부터는 유료 가입을 해야 한다. 티빙의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이다.

그동안 중계 유료화로 야구 팬들의 반발에 직면했던 티빙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계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티빙은 12일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KBO 중계 계획을 상세히 알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문제가 됐던 중계 서비스 개선 방안도 소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티빙에게 중계권을 빼앗긴 네이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까지 18년간 KBO 경기를 중계해왔다. 2019년부터는 통신 포털 컨소시엄을 통해 중계권을 확보하고 5년간 3600여개 경기를 생중계했다. 누적 시청자는 약 8억명, 주문형비디오(VOD) 조회수는 70억회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네이버가 프로야구 중계로 얻은 매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중계 콘텐츠의 시작 전과 투수 교체 등 중간 휴식 타임에는 동영상 광고가 붙는데, 이같은 서치플랫폼(검색 및 광고)은 네이버의 핵심 매출원 중 하나다. 네이버는 지난해 3조5891억원의 서치플랫폼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네이버의 스포츠 관련 광고 매출 전략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해 LG유플러스, SKT, 아프리카TV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중계권 입찰에 참가했으나, CJENM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는 네이버는 KBO 생중계를 할 수 없게 됐다. CJENM으로부터 중계권을 재구매하는 방법이 있지만, 거액을 배팅한 CJENM이 중계권 재판매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한편 네이버는 생중계 대신 문자중계, 응원 서비스, 승부예측 서비스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경기 영상 다시보기도 여전히 지원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