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당초 예상보다 많이 수령할 것으로 전망
미국의 추가 투자와 공장가동 압박은 더 커질 듯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게 지급할 반도체 보조금이 6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 보조금이 TSMC(50억달러)보다 더 많은 수준이며 이는 대미 추가 투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 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삼성전자에 지급할 반도체 보조금을 확정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60억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유치한 투자 규모(170억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투자액 상당 부분을 보전받게 됐다. 이날까지 확정 발표된 보조금 지급 업체 중 인텔(195억달러) 다음 가는 금액이다. 

60억달러는 당초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다. 미 상무부가 앞서 제시한 보조금 지급 기준이 기업 자본 지출의 5~15% 수준이다. 여기서 최대치를 받아도 25억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짐작됐지만, 이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다만 보조금 규모가 예상을 웃도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중인 반도체 공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으나 미 당국이 추가 투자와 이른 공장 가동을 주문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추가 투자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2년 미 텍사스주에 제출한 세제혜택 신청서에 따르면 20년간 192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1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미 당국은 보조금을 예상보다 높게 준 만큼 계획을 서두를 것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손익계산서를 정확히 내미는 국가”라며 “예상치를 웃도는 보조금 지급에 따라 추후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추가 투자 압박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계획된 투자 금액이 천문학적인 숫자이기 때문에 추가 보조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미 투자에 매몰돼 한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에 대한 투자는 느슨해질 수 있다.   

미국내 보조금 지급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롭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텍사스 현지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보조금도 너무 느리게 지급해 테일러 공장 건설이 미뤄지거나 중단될 뻔 했다”며 “미국이 공장 건설과 가동 시기에 맞춘 타임테이블을 정확히 지키지 않는 점도 업체로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반도체법에서 보조금 편성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2의 반도체법’이 나와야 추가 투자에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할 때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1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업체인 인텔이 이 중 195억달러를 가져갔고 자국 업체 우대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보조금의 대가’로 막무가내식 공장 가동 압박 또한 문제다. 삼성전자와 미 정치권은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 가동 시점에서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업황이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가동 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정치권에선 무조건 올 여름께는 가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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