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지원금·대출 지원
미국, 198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리더' 자리 뺏겨

미국 자국 반도체업체인 인텔에 27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 사진=인텔
미국 자국 반도체업체인 인텔에 27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 사진=인텔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미국 정부가 인텔에 보조금과 대출을 포함해 총 200억달러(약 27조원)를 지원한다. 업계에선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자국기업에 우선 지급했다고 풀이한다.

미국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상무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직접 자금과 대출 110억달러(약 14조8000억원)를 제공하기로 예비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금 지원은 업계에서 예상한 100억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텔의 팹(반도체 공장)이 건설 중인 애리조나주 챈들러를 방문해 이를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배정되는 자금이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팹 건설·설비 확충에 쓰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일자리 약 3만개를 창출하고 수십만개의 간접 일자리를 지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텔에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지원금을 책정한 데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일본 반도체 역사 박물관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업계는 19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반도체 시장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일본·대만의 반도체 굴기에 밀려 현재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이번 보조금을 발판삼아 2030년까지 세계 파운드리 2위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며 “미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패권전쟁 속에서 자국 업체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2년 국회를 통과해 발효된 반도체법은 반도체업체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업체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527억달러(약 70조7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경기 부흥 정책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지원금을 곧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에도 약속한대로 반도체법에 따라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팹을 건설 중이다.

미국 정부는 TSMC의 보조금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넘는 액수를 삼성전자에 책정하며 텍사스 공장 건설 외에 추가로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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