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설계 외길, 업계 "최고 전문가" 손꼽혀
AI 반도체 경쟁 뜨거워, 초격차 선뵐 기회이자 도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바닥을 경험하며 보릿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의 적극적 감산 효과 덕분에 지난해 4분기부터 D램시장이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하며 올해 경계현호는 순풍에 돛을 펼쳤다.

올 반도체시장 전망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경 사장은 현재 반도체업계 최대 이슈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개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AI 반도체를 직접 만들기 위해 뛰어드는 가운데 'AI칩 패권 다툼'에서 경 사장의 삼성전자가 성공적으로 우위를 점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도체 설계·기술개발 '지휘자'

경 사장은 1963년 3월5일 강원도 춘천 생으로 강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어계측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학위 취득 후 같은 해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 뒤 1994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어계측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1년부터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에 들어가 2020년까지 반도체 설계 업무를 이끌어온 업계 최고 전문가다.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삼성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삼성전자의 기술력 및 시장 경쟁력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서 1997년 세계 최초 다이렉트 램버스(Direct Rambus) D램 개발을 시작으로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 플래시를 출시하여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도했다.

2019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재직 당시 세계 최초 UFS 3.0과 128단 V-NAND 탑재 SSD(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 솔루션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2021년부터는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아 반도체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대표이사 이전에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반도체칩 개발을 진두지휘해 엔비디아로 쏠려있는 AI칩시장 판도를 바꿀 청사진을 그린다.

경 사장은 올해 AI 반도체 설계·기술개발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 사장 스스로가 전문가로서 현장을 진두지휘해 ‘기술개발 지휘자’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파운드리 수주처 확보는 '과제'

AI 반도체 개발은 경 사장에겐 초격차 기술력을 선보일 시험대이자, 넓게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미래가 달린 프로젝트다.

경 사장의 임무는 막중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주처이자 경쟁자인 엔비디아의 AI칩 독점구도를 깰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 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AI 반도체뿐만이 아닌 범용 인공지능(AGI) 전용 반도체다. 경 사장은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AGI의 길을 열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AGI 컴퓨팅랩을 신설했다”며 “삼성전자는 인간보다 크거나 동등한 능력을 가진 AI,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AI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AGI 컴퓨팅 랩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자 출신 우동혁 박사가 이끈다. 경 사장은 이어 “우 박사가 이끄는 AGI 컴퓨팅랩은 미래 AGI의 엄청난 처리 수요를 충족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경쟁이 막을 올렸지만 반도체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경 사장이 맞딱드린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주처 확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17년 5월 독자 사업부로 분리·승격된 뒤 현재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1.3%를 차지했다. 최근 6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에 파운드리 부문은 아직 AI 반도체와 관련된 대형 수주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경 사장과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에 대한 접촉을 늘리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과 접촉하며 대형 AI 반도체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 사장의 활약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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