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 더뎌, 흑자달성 시점 안갯속
올해도 투자 지속, 재무부담 가중 불가피
신용등급 하향, 자금 조달에 악재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로 중점 육성하는 배터리사업 자회사 SK온에 적자난 속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SK온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로 중점 육성하는 배터리사업 자회사 SK온에 적자난 속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SK온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배터리사업 관련 설비 투자에 힘써온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이 누적된 모습이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여전히 적자이며, 사업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부문의 부진으로 고심하는 모양새다. 전통적인 정유업 중심에서 사업 체질개선에 속도를 냈으나 배터리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설비투자로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속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투자(CAPEX) 계획이 재무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초 올해 SK온의 이익이 개선돼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흑자 전환 시점은 다시 뒤로 밀리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든 SK온에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사업 시황 악화 영향으로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최근엔 국제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S&P는 지난 19일 이 업체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막대한 투자부담 등이 신용 강등 사유다. 

특히 S&P는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이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SK이노베이션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 차입금 비율은 내년 말까지 4배 이하로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등급 강등은 자회사인 SK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투자금 조달에도 난항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을 둔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PO 추진 관련해서도 적기 추진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늦어도 2028년 이전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조속히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석희 SK온 사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주들에게 향후 사업 계획 등을 공개했다. 당장 그는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조인트벤처(JV) 가동 시작과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이뤄가겠다”고 강조했다. 

연속 적자와 관련 SK온 경영진은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전기차시장이 둔화세를 보이는 등 적자 상황은 더 오래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시장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 두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투자 방향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차입금 부담 해소와 설비투자금 마련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자산 매각 등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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