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될까'서 종갓집 5대 독자로, 뼛속까지 보수남 변호사 시욱 역
이루고 싶은 무언가 있다면 가장 든든한 후원자 돼주는 게 부부
계단에서 구르는 시욱은 대역… 서사 풍성해져 죄송하고 감사해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굳이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하게 되는 이유도 있을까. 사랑이 없는데 결혼을 이어가는 이유도 있을까. 두 질문엔 '아이'라는 답이 떠오른다.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인생 성장기를 그린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다양한 이혼 소송, 사건,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극중 ’두황‘의 변호사들에게 어린 부부가 사랑 없이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결혼했다가 이혼을 원하는 의뢰가 들어온다. 양측 부모 모두 아이 양육권을 원하지 않게 되면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순간의 쾌락은 한 아이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시청자에게 '원나잇'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였을까. 아니면 '원나잇'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극중 종갓집 5대 독자로 나고 자라 뼛속까지 보수남인 변호사 '시욱'(이재원)은 캘리포니아 교포 출신으로 개방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동료 변호사 ‘비취’(조은지)와 상극의 케미를 보여준다. '시욱'의 입장에선 절대 용납되지 않을 실수였지만 '비취'는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 행동하고 오히려 허둥지둥하는 '시욱'에게 세상 쿨한 모습을 보인다.

배우 이재원. 사진=플럼에이앤씨 제공
배우 이재원. 사진=플럼에이앤씨 제공

상남자 ‘시욱’은 ‘비취’ 달리 원나잇 후 사건 의뢰인 부부의 모습에 투영하여 '비취'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내비친다. 그 와중에도 즐기기만 하는 사이는 못 하겠다 단호했던 '시욱'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아이'. '비취'의 임신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시욱'과 '비취'의 관계는 '시욱'이 진심을 표현하면서 새롭게 발전한다. 드라마에서 손꼽는 명대사들은 이때 쏟아졌다.

뒤늦게 ‘비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시욱’은 가장 먼저 '힘들었겠다, 혼자. 진작 말을 하지’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넨다. '비취'는 아내의 입장과 경력은 무시한 채 엄마와 아내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낼 자신이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시욱'은 ''비취'의 능력이라면 인권 변호사든 법무부 장관이든 거뜬히 할 수 있다' 호언장담하며 ‘비취’에게 경력 단절은 자기가 하겠다며 하고픈 거 다 하라고, 내조의 왕을 선언한다. 이재원은 ‘시욱’의 캐릭터에 얼마나 공감할까.

"각자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게 부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시욱'은 저와 닮은 부분도 많지만 저보단 좀 더 일찍 철이 든, 배울 게 참 많은 친구인 것 같아요. 이번에 시욱을 연기하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고요. 살아가면서 당연시했던 것들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사고를 많이 열어주는 캐릭터였습니다.“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 스틸. 사진=KT스튜디오지니 제공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 스틸. 사진=KT스튜디오지니 제공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던 중 아이의 성을 ‘권’으로 하느냐 ‘강’으로 하느냐에 대해 갈등을 겪는다. 종갓집 5대 독자인 시욱은 처음에는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말다툼하다 '시욱'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장면은 긴장감이 느껴지지만 결국 아이의 성보다는 비취가 중요하다며 감동을 준다. '시욱'이 '비취'와 응급실 앞에서 나누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가장 인상 깊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비취'와 말싸움하다 계단에서 구르는 장면은 대역분이 해주셨어요. 제가 그분이 구르시는 걸 못 볼 것 같아 벽 뒤에서 소리만 들었습니다. 소리만 들었는데도 너무 아프실 것 같아서 두 눈을 꼭 감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분 덕분에 '비취'와 '시욱'의 서사가 더 풍성해진 것 같아 정말 감사하면서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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