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체포 3일 만에 전격 해임… 켈리 대표이사도 해임 결정
외신, 닛산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회장 체포·해임 ‘놀랍고 쇼크’
‘르노닛산 B·V’·3사 연합 회의 결정권 모두 곤 회장 독식
르노주 15% 보유 프랑스 정부와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닛산이 공금 유용 혐의 등으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프랑스 르노는 곤 회장의 해임을 유보해 ‘르노-닛산-미쓰비시(三菱)’ 연합의 주도권을 두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공금 유용 혐의 등으로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자동차 회장직에서 해임됐다.

 

22일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은 닛산이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곤 회장의 회장 겸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곤 회장과 함께 체포된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 역시 해임이 결정됐다.

 

이날 오후 4시 반께 시작된 임시 이사회는 곤 회장과 켈리 대표이사를 제외한 7명 전원이 참석, 4시간의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해임을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명 중 2명은 르노 출신이지만 곤 회장 등의 부정행위 등 증거를 보고 전원이 해임에 찬성했다며 후임 회장은 다음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고 보도했다.

 

닛산이 1999년부터 약 20년 간 기업을 이끌어 온 경영총수를 전격 해임하자 주요 외신은 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은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해 “곤 회장의 말도 안되는 보수와 화려한 생활은 일본의 기업 문화와 어울리지 않고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에 45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동맹 기업의 관계를 이끌어온 곤 회장이 해임돼 자동차기업 연합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며 ‘르노-닛산-미쓰비시(三菱) 얼라이언스’에 우려를 표했다.

 

BBC 역시 곤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리더 주 한 명이었다고 평하면서 “닛산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곤 회장을 체포하고 해임한 것은 큰 쇼크이고 놀랍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곤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 연합을 구축했지만 권력을 집중시켜 막강한 힘을 키우며 군림했다면서 오히려 이번 판결이 르노가 곤 회장을 해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곤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후 닛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2일 이사회에서 해임을 결정했지만 닛산의 대주주인 르노는 20일 임시 이사회에서 곤 회장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해임을 유보했다.

 

곤 회장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가 끝는 후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은 “힘든 상태지만 한 걸음 전진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르노와 긴밀히 협력해 3사의 얼라이언스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사 연합을 주도한 곤 회장이 해임되면서 운영상의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일단 3사 연합의 신차개발이나 부품 조달, 공장 설립 등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실권을 쥐고 있는 ‘르노닛산 B·V’의 결정권을 곤 회장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르노닛산 B·V은 닛산과 르노가 절반씩 상호 출자했지만 ‘회장은 르노의 CEO가 맡는다’는 내규가 있어 르노주 15%를 보유한 최대주주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3사 연합의 수장이 월 1회 정도 모이는 회의도 있지만 이 역시 곤 회장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어 닛산에서는 르노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닛산에 이어 곤 회장이 르노 CEO에서도 해임되면 3사 연합은 후임 르노 CEO가 맡게 된다. 닛산은 르노에 출자비율을 동등하게 수정해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자국 내 고용·산업정책 활성화를 위해 르노가 주도권을 갖는 구도를 유지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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