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12년째 국회 문턱 못 넘어
의료계 반대에 이해집단 쟁점으로 분류
법이 해결 못하니 자체 간편 서비스 내놔

2019년 국회 정론관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2019년 국회 정론관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12년째 표류중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실손보험 청구 제도 개선을 권고한 뒤 간소화 법안이 매년 국회에 상정됐다. 통과는 요원하다. 의료계의 거센 반대로 법안이 이해집단 간 상충이 있는 쟁점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가 자체 간편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는 이유다.

◆간소화 논의 의료계 반대에 올해도 미뤄질 듯 

'실손의료보험 계약 보험금 청구 서류의 전자적 전송 근거 마련'에 대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매번 그래왔듯, 이번에도 보험업법 개정안 심사와 관련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2009년 이후 12년째 국회에 표류 중이다. 현재 유사한 법안만 5건 계류 중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달부터 국회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한다. 내년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실손보험 청구는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의 계약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할 의무가 없고, 심평원과 보험사가 의료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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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간편 보험금 청구 서비스 개발 운영 

법으로 해결이 요원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수요가 폭증했다. 결국 보험사들이 직접 나섰다. 현재 주요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간편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ABL생명은 비대면 고객서비스 플랫폼에 '디지털 팩스(Fax)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추가했다. 고객은 ABL생명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에 접속해 본인인증 없이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피보험자와 수익자가 달라도 사망, 장해, 진단을 제외한 상해, 실손 등 최대 300만원까지의 보험사고에 대해 편리하게 접수할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모바일 웹사이트 주소(URL)에 접속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모바일 웹 간편청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문자로 받은 링크에 접속해 보험금 청구서와 진단서 등 관련 서류의 이미지 파일을 등록하고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신한라이프도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와 제휴를 맺고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확대했다. 신한생명과 제휴된 플랫폼으로 우편이나 팩스 또는 모바일 사진 업로드를 통해 증빙서류 제출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정보전송 플랫폼 전문기업 지앤넷은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에서 실손보험 빠른 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 앱(애플리케이션)의 '병원비 돌려받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관련 서류를 팩스나 우편으로 보험사에 보내지 않아도 40개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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