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수요예측 경쟁률 두자릿수, 희망가격도 낮게 설정
해운 시황 정점 우려·HMM 주가 급락이 원인으로 지목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SM상선 제공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SM상선 제공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삼라마이더스그룹 해운 계열사이자, 올해 공모시장의 마지막 대어로 불렸던 SM상선이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기관수요예측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자 상장을 미룬 것이다.

올해 마지막 조단위 대어로 시장의 관심이 높았으나, 해운 시황 정점에 대한 과도한 우려, 비교기업이었던 HMM의 주가 하락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이 지난 1~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고작 두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여기관 대부분은 희망가 밴드(1만8000~2만5000원)의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SM상선은 상장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전날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3089억6962만원이다. 매출액은 7076억3827만원, 순이익은 3032억7771만원이다. 총 자산은 1조1908억589만원이다.

시장에서는 해운 업황 정점 우려, 비교기업 HMM주가의 급락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투자업계에서는 해운 업황이 이미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초 2800선에서 출발해 9개월 만에 4647.60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조정세다. 중국의 전력난, 탄소중립 정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피어그룹 중 하나인 HMM의 주가 하락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5월 28일 5만1100원까지 올랐던 HMM의 주가는 현재 2만6750원(3일 종가)대로 추락했다. 주요 채권자의 대규모 전환사채(CB)행사로 인해 주가가 하락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SM상선 측은 시장 타이밍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하지 않고,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 SM상선 측은 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며, 공모주 시장 수요가 회복되는 적정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규정상 심사 통과 후 상장을 6개월까지 미룰 수 있다. SM상선이 내년 3월 전까지 다시 상장에 나설지, 아니면 다시 상장심사를 받더라도 투자자들 심리가 안정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까지 연기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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