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2곳 저신용자 대출 안내줘
카드론 받고 최고 금리 수준의 이자 내
사회초년생 등 불법 사금융 내몰릴수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취약 계층이 더 혹독한 대출 한파를 겪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가 낮은 이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곳이 점점 줄어드는 데다, 대출을 받더라도 감당해야 할 이자가 높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대출 한파가 계속되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대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많지 않아 신용점수가 낮은 사회초년생이 고금리 대출의 굴레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 

1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6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로 불어난 규모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은행권 대출을 옥죄면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던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자산 규모 기준 국내 1, 2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저신용자의 비율은 크게 줄었다.

SBI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신용 대출 상품인 '직장인 대출' 금액 중 신용 점수 600점 미만 저신용자 비율은 2020년 12월 1.33%에서 지난해 12월 0.31%로 떨어졌다.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도 저신용자 비율이 2020년 3.1%에서 지난해 0.99%로 급감했다.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카드사 절반 이상에서 대출자 4명 중 한명 꼴로 최고 금리 수준의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중 4곳은 카드론 이용자 중 연 18~20%의 고금리 대출자가 전체의 25%를 넘었다.

기준금리가 0%대이고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기 이전에는 저축은행들도 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내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실 위험이 적은 고신용자로 대출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올해 저축은행이 지켜야 하는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은 지난해(연 21.1%)의 절반 수준인 연 10.8~14.8%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도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됐다. 최고금리 인하로 상한선이 낮아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한 것이다.  

올해 2금융권의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60%)보다 강화된 50%로 줄어드는 데다, 카드론도 올해 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저축은행들은 풍선효과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대출 용도별 규제의 정도를 차별화하는 등 세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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