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공백 현실화… 금통위 방향 주목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이창용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가 공식 행보를 시작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했지만, 사상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는 이미 현실화됐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20일 안팎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 없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연내 1.75~2.00%의 금리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금통위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출근해 한은 관계자들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와 보고서 채택, 대통령 임명까지 마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이주열 전 총재의 경우 2014년 지명 당시 인사청문회까지 16일, 2018년 연임 당시에는 19일이 소요됐다.

물론 금통위에서의 한은 총재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나, 열흘 앞으로 다가온 금통위를 주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를 열고, 금통위 반장인 주상영 위원을 의장직무대행 위원으로 결정했다. 직무대행 기간은 4월1일부터 6개월로, 금통위가 총재 없이 열리게 되면 한은법(14조2항)에 따라 주 위원이 주재하고, 통화정책결정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도 진행한다.

주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만큼, 시장은 이번 통화정책결정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 위원은 최근 금통위에서 진행된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결정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동결을 주장해왔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분위기가 다소 불확실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점도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發 경제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상반기 국내 물가상승률은 전망치인 3.1%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연준이 이르면 5월 0.5%포인트를 한 번에 인상(빅스텝)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지난달 28일에는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한편 이승헌 한국은행 총재 직무대행은 이날 "글로벌 경제 여건, 금융시장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 가격상승의 국내 파급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한국은행 본관 15층 회의실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된 상황"이라며 "이에 더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빠른 정책기조 전환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이주열 전 총재가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구분되는 발언이다. 다만 한은은 금통위가 합의제 기구인만큼, 총재 공백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