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가상공간 중심으로 변화 이끌어
금융 거래 방식 변화, 시스템 확장 의지 
금융 소외 계층 배려, 신중히 접근해야

그동안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금융 CEO들은 포스트코로나에 발맞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그동안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금융 CEO들은 포스트코로나에 발맞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코로나19로 2년 넘게 몸살을 앓는 동안, 금융 CEO들은 전례없는 언택트 금융시대를 열었다. 비대면 거래 확대, 인터넷·모바일 뱅킹 채널 확산, 점포 효율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금융시장 역사에 큰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금융 CEO들은 포스트코로나에 발맞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재택근무에 따른 비대면 회의, 화상 강연 등이 확산하면서 IT 기술을 이용해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평적이면서도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다.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도 큰 변화를 겪었다. 포스트코로나에 안착하면서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됐지만, 우리 사회의 몫으로 안전한 금융 환경 조성과 금융소외계층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남았다.

◆IT기술·가상공간 중심으로 변화 이끈 CEO들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디지털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그룹들은 정보기술(IT) 기술과 가상세계 속 사회 활동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 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수직적인 분위기의 대면 소통이 아닌, 유튜브 생중계 ‘e-소통라이브’를 통해 그룹사 직원들과 격식없는 소통에 나섰다. 윤 회장은 대형 스크린이 마련된 여의도 본점에서 직원들을 마주했고, 각 직원들은 카페·자택 등 편안하고 다양한 장소에서 참여했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생태계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메타버스 내 금융서비스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되는 대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메타버스 내에서 은행뿐 아니라 증권, 카드 등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으로, 최근 메타증권, 메타머니, 메타투자, 메타스톡, 메타트레이드 등 상표권을 출원했다. 지난 3월 신한은행이 자체 플랫폼인 ‘신한 메타버스’를 오픈한데 이어 증권까지 플랫폼을 확장하는 움직임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DT(Digital Transformation) 혁신 가속화를 위한 조직문화 확산에 나섰다. 2020년 우리금융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비대면 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사 전직원의 전문역량 확보를 위한 그룹사 전직원 대상‘DT·IT 지식 콘텐츠’ 온라인 연수를 진행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당시, 그룹의 하반기 핵심 대응전략 중 하나로 발빠른 ‘디지털 혁신’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임직원 및 고객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펜데믹이라는 삭막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전하기 위해 취업 특강과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고객 참여의 장을 넓혀 왔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번도 연수원에 가보지 못했던 신입행원들을 위해 메타버스 연수원을 직접 구현하기도 했다. 

◆금융 거래 방식 변화, CEO들 시스템 확장 의지 

코로나19로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도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 예금, 대출, 주식, 보험 관련 업무를 볼 수 있는데다, 최근에는 아예 금융사별 상품 정보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언택트 금융’ 시대가 열린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에는 이와 같은 대변화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미 주요 시중 거래은행들은 중점 과제로 디지털 금융 강화를 선포했고, 증권사·보험사도 앞 다퉈 관련 시스템을 확장 운용해 나갈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지급결제 분야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혁신기술이 접목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비접촉·비대면 지급서비스 등 새로운 전자지급수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금융이 본격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작년 4월 발간한 ‘2020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면서 비대면 결제 이용금액은 2019년보다 16.9% 증가했다. 

실제로 올해 각 은행의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앞다퉈 디지털 금융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은 “핵심 성장 분야인 WM, CIB, 자본시장, 글로벌 부문과 마이데이터, 플랫폼 Biz와 같은 디지털 신사업 부문에 경영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도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모든 경험과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권광석 우리은행 행장은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금융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편리성과 혁신성을 내세운 빅테크 플랫폼들이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금융회사 등장에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의 AI은행원 서비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의 AI은행원 서비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언택트 금융도 좋지만 "소외 안돼, 신중히 접근"

포스트코로나에 안착하면서 금융 시장에는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은 올해 역시 더 큰 영향을 발휘할 전망이지만, 금융 CEO들은 신중한 접근을 고려하기도 한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험 등이 지속되면서 사이버 보안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인한 금융 취약 계층의 소외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점포 축소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융상품 비대면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해왔고, 매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도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 2016년 말 7101개였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094개로 1007개(14%)가 폐쇄됐다. 같은 기간 4만3710개였던 은행권 ATM은 3만2352개로 1만1358개(26%)가 사라졌다.

다만 농촌에 기반을 두고 있는 NH농협은행은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점포 수 조절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병환 NH농협은행 행장은 농촌 및 고령층 등을 상대로 디지털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복합점포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또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는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금융이 보편화 되면서 스마트폰이 어려웠던 중·장년층도 차츰 스마트폰 거래가 익숙해져 지점 방문을 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 장애인, 농·어촌과 같은 금융 취약 계층의 소외 문제는 여전하다. 은행들은 키오스크나 해외에서 도입한 혁신점포, 공동점포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에게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

힘들게 걸어온 포스트코로나의 길이 헛되지 않으려면 특정 구성원에만 편리하거나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