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차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서 아시안게임·올림픽·월드컵 섭렵
대학 재학 내내 댄스 동아리 활동하며 공연보다 사회 보는 것 즐겨
휴학 후 '스펙' 쌓아 증권방송 거쳐 6개월 만에 MBC SPORTS+ 입사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캐스터 정용검을 만났다. 비시즌일 때도 방영하는 ‘최강야구’는 그야말로 야구 ‘덕후’들에게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다. 정용검 캐스터는 매주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김선우 해설위원과 합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경기 해설을 전달하고 있다.

첫 회 당시 “최강야구가 유일한 직장”이라며 “폐지는 안 된다” 했던 그는, ‘씨름의 제왕’, ‘내일은 위닝샷’에 이어 발로란트 리그, 축구, 야구 경기 해설, 오뚜기 온라인 쿠킹 클래스 ‘오랜만 키친’ MC 등을 연이어 맡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까지. 스포츠인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국제 대회에 참가해 그 감동과 울림을 생생히 중계했던 정용검은 스포츠 캐스터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의 첫 캐스터 입문 계기는 의외였다.

“사실 아나운서를 준비했어요. 학생들은 특히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위해 시험을 보거든요. 저도 도전 끝에 방송국에 합격했는데 처음엔 지금으로 치면 3, 4부 정도가 되는 내셔널리그를 우연한 계기로 중계하게 됐어요. 축구를 제가 곧잘 하거든요. '축구 잘하니까 축구 중계해볼래?'라고 제의가 왔는데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의 길을 가게 됐어요."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중계’를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다. MBC만 하더라도 김성주, 김정근, 김나진, 허일후 등 오랜 시간 스포츠뉴스와 스포츠 중계에 전문 아나운서를 내세웠다. MBC 스포츠 방송을 통해서도 중계가 이뤄지는 많은 경기 사이 종편이자 전문 채널인 MBC SPORTS+도 또 다른 중계가 이뤄진다. 이들은 무엇이 다를까.

”'아나운서'는 직업적 '통칭'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 캐스터'는 '역할'이거든요. 저희도 '스포츠 아나운서'라고 불러요. 다만 이 '직업'에 있어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들은 중계 위주로 하다 보니 '캐스터'라는 명칭이 직업처럼 불리게 된 거고요. 본사의 경우 아나운서를 발탁한 후 스포츠 전문으로 할 인원을 지원받거나 선발하는 건데,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는 처음부터 스포츠 중계 목적으로 발탁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정용검은 의외로 대학 진학 후 군대 제대하고 나서야 언론인으로서의 진로를 생각했다. 드라마 PD의 꿈을 안고 진학한 신문방송학과였다. 재학 중 작품을 만들면 동아리처럼 선배들이 시청하고 평가를 해준다. 당시에 그의 시사는 혹독한 혹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선배들이 보인 뜨거운 반응에 꿈을 접었다.

"그 당시 선배들이라고 해봐야 스물 중반인데 저보다 많이 알고 있긴 했겠지만 그 사람들이 제 작품을 좋게 평가 안 했다고 제가 꿈을 접은 게 너무 웃기긴 한 데 당시 저는 '나는 피디로서 역량이 안되나?', '부족한가?' 별별 아쉬운 생각을 하다가 꿈이 좌절됐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어서 대학을 왔는데 '이제 뭐하지?' 싶더라고요."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그의 좌절은 전화위복이 됐다. 댄스 동아리 활동을 학부 4년 내내 하며 춤보다 공연의 사회 보는 것을 잘하고 재미있어했던 정용검. 그는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순간부터 '방송가',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아나운서로 진로 변동을 했을 때, 당시만 해도 외모의 편차가 있었기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안되면 일반직장에 입사할 걸 각오하고 휴학을 먼저 했다.

"휴학하고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아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면 일반직장 도전이 되겠다.' 쌓아놓고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녔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당시 특강 오셨던 강사님께서 제게 '넌 될 수 있다', '너 말 잘한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그것에 힘입어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운이 좋게도 증권방송(팍스TV)에 합격했고요. 그러다가 6개월 후 MBC SPORTS+로 이직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학부 당시 그의 시사를 악평했던 신문방송학과 선배 중 PD가 된 선배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역시도 서로 평가할 땐 냉정히 말하고 비평했기에 잘잘못을 따질 순 없지만 아나운서로서 자리 잡은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가 만약 당시의 지적과 악평으로 인해 방송가를 떠났다면 그것은 가장 큰 후회로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시절의 아픈 평가들이 되레 고맙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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