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는 편파중계 가능한 전무후무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계하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도쿄 올림픽 근대5종 결승
형과 LG트윈스 야구단 초대 마스코트, 쌍둥이로서 행보 비슷해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MBC SPORTS+ 재직 당시 KBO 리그,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주로 맡았던 스포츠 아나운서 정용검.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캐스터로 합류하며 지상파에 데뷔했다. 같은 해 개최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농구 중계를 했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본사에 차출되어 배드민턴, 양궁, 배구, 근대5종 종목의 중계를 맡았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선 서브 캐스터로 다른 나라의 경기를 중계했다. 그리고 내달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MBC 캐스터로 내정됐다.

JTBC '최강야구'에서 수많은 레전드 선수를 대하며 느끼는 '신기함'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용검은 한참을 "신기함보다 즐거운 게 크다"고 말했다. 캐스터로서 항상 중립을 지키며 특정 구단, 나라, 선수 등에 대한 언사나 단어 표현 하나하나 조심하며 신중히 경기 중계를 해왔지만 '최강야구'에서 만큼은 말 그대로 '편파 중계'가 가능하다.

"'최강야구'는 몬스터즈를 위해, 몬스터즈의 경기를 위해 하는 것처럼 방송하잖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구단별로 중계진이 따로 있는 것처럼요. 한국은 KBS가 롯데랑 기아의 경기를 중계하거나 MBC가 중계하면 중립적인 입장이어야 해요. 그런데 이건 제가 이 팀의 감정을 투영해서 중계해도 되니 중계 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현직에서 캐스터와 선수였을 땐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했고 그도 그것이 전문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최강야구' 몬스터즈 팀의 공식 포스터엔 팀이 주인공임에도 캐스터 정용검과 해설위원 김선우가 함께 실려있다. '같은 팀'이라는 의미.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 그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을 받아 정용검은 항상 고맙다.

"경기장 갈 땐 매일매일 신나요. '최강야구'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경기 진 날 빼고는요. 경기 진날은 너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구단의 팬이었던 적이 거의 없거든요. 한 번도 '난 이 구단의 엄청난 팬이다, 우리나라 어떤 구단의 팬이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최강야구'를 하며 몬스터즈 팬이 됐고 팬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는 지난 10여 년간 캐스터로 중계한 수많은 경기와 대회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경기로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중계한 근대5종 결승을 꼽았다. 당시 전웅태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은 하계올림픽 동메달 100개 돌파 기록을 세웠다. 함께 뛴 정진화 선수도 4위를 차지하여 대한민국 근대 5종 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전웅태 선수가 6위, 7위에 있었는데 정진화 선수가 앞의 선수들을 제쳐주고 전웅태 선수가 3위로 앞지르기까지 사람들을 잡아주고 있었어요. 전웅태 선수의 동메달이 확정되고 나니 정진화 선수가 4위로 들어오더라고요. 막판에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4위. 전세계에서 근대5종이라는 종목 4위를 한 거잖아요. 엄청난 감동을 느꼈어요."

정용검은 당시 울먹이면서 '대한민국의 근대5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외쳤다. 정진화 선수와는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유튜브 채널 '스토킹'도 함께 하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서로 팔로우 하며 응원하고 있다. 그는 프로 스포츠라는 '프로'의 경기 사이 승패에 대한 감정이 무뎌졌을 때 마주한 근대5종과 '최강야구'에서 류현인이 홈런 친 순간을 감동의 순간으로 꼽는다.

지난해 8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된 직관 경기에서 최강야구에 출연해 몬스터즈와 맞붙은 청소년 대표팀과의 1차전 종료 후 인형 배분 이벤트 때 정용검의 친형이 화면에 잡혔다. 정용검은 형과 일란성 쌍둥이로 둘은 어릴 적 LG트윈스 야구단의 초대 마스코트 선발대회 1등을 했다. LG트윈스와 어릴 적부터 연을 맺은 쌍둥이 형은 성인이 된 현재 LG트윈스의 열성적 팬이 되었다.

LG트윈스 야구단의 초대 마스코트 선발대회 1등을 한 정용검 쌍둥이 형제. 사진=정용검 제공
LG트윈스 야구단의 초대 마스코트 선발대회 1등을 한 정용검 쌍둥이 형제. 사진=정용검 제공

"요즘 저희 형보고 저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꽤 많대요. 오늘도 사실 메시지를 나눈 게 중고나라 거래했는데 상대방이 '최강야구'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엔 무슨 모임을 갔는데 거기 아들이 '어? 정용검 아나운서 아니냐?' 그랬는데 '아니다, 그 형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럼 더 신기하다'며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더라고요."

김앤장 소속으로 국제조사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던 정용검의 세무사 형은 그가 MBC SPORTS+를 퇴사할 당시 함께 퇴사했다. 정용검은 이를 설명하며 "쌍둥이 아니랄까 봐 행보가 똑같다"고 웃었다. 그의 형은 현재 ’세무법인 정윤‘으로 터를 옮겼다. 쌍둥이로서 비슷한 게 있다면 결혼에 대해서도 부담 없고 무한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는 솔로이며 그의 형은 비혼을 선언했다.

"그냥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어떤 나이에 결혼하고 싶다' 같이 나이에 구애 안 받는 것 같아요. 집에서도 '제가 너무 행복하게 산다'고 얘기했더니 부모님께서도 뭐라고 안 하시고 평온합니다. 이미 늦었는데 저는 그냥 평생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분 만나면 그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취미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존경하는 멘토로 MBC SPORTS+의 대표 캐스터 한명재를 꼽은 정용검은 "(한명재) 선배와 나이가 열 살 조금 넘게 차이가 나는데 그분은 스포츠 중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자료준비나 경기 준비가 그 나이가 되면 내공이 쌓여 편할 텐데도 엄청나게 준비한다"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마지노선을 세워두고 '이만큼은 준비해야 한다', '지키자'라는 게 생겼다"고 존경심을 밝혔다.

"제가 김성근 감독님 나이가 됐을 땐 직업적으로는 '정용검이 나오면 일단 경기가 됐든, 프로그램됐든 기본적으로 재밌다' 이렇게 기억되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저를 봤을 때 '쟤는 정말 행복하게 정도 지키면서 인생을 잘산다'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이 '넌 참 재밌게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아'라고 많이 하고 자주 듣고 저도 그렇게 살고자 엄청나게 노력해요.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지금처럼 웃으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는 정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메시지도 많이 보내주시거든요. 정말로 너무 감사해요. 저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응원을 보낸다는 게 얼마나 마음이 쓰이고, 써야 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어서 더 감사하고 앞으로도 즐겁게 보실 수 있도록 제가 하는 모든 프로그램 최선을 다할 거고요. 앞으로도 초심 잃지 않고 변함없이 저도 여러분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방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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