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로서 인지도 낮은 자신에게 믿음 준 장시원 PD에게 고마워
7할 승률 달성 못 할 시 프로그램 폐지되는 선수들과 '운명공동체'
스포츠 중계는 해설자가 게스트인 MC 진행, 캐스터 평생 하고 파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원래는 화, 수, 목, 금, 토, 일 야구를 다 하잖아요. 비가 오는 것도 너무 싫어요. 야구를 안 하니까. 월요일도 야구를 안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최강야구'가 그 월요일을 채워줘요." - 배우 조인성

"월요일엔 '최강야구' 봐야지. 밤 10시 반. 우리 (일주일이) 타이트 해요." - 배우 차태현

'야구 덕후'들의 '최애' 프로그램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캐스터 정용검을 만났다.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구해줘 홈즈', '복면가왕' 등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화제와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아나운서 김대호는 '최강야구' 캐스터 정용검과 동갑이자 동기이다. 둘은 2011년 나란히 각각 MBC와 MBC SPORTS+에 입사했다. 김대호는 차장 아나운서인 반면 정용검은 지난해 '최강야구' 제작진과의 합류를 위해 퇴사했다.

여타 다른 아나운서들과 같이 프리랜서의 대우를 위한 것도, 내부 인원들과의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회사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정해진 프로그램, 지정된 종목에 국한된 시스템은 아쉬웠다. 그는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당시엔 오로지 '최강야구' 연출 장시원 PD의 '같이 해보자' 한마디에 사표를 던졌다.

"제가 퇴사를 안 하면 프로그램을 못 하는 거였어요. 제가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닌데 제안을 주셨고, 전 '최강야구' 만든 제작진들을 믿었거든요. '이건 무조건 재밌게 잘될 거다'. 그런데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퇴사를 결정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안될 것 같다' 했는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거예요. 다른 사람이 그 프로그램하는 걸 보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사진=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제공
사진=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제공

운이 좋게도 '최강야구' 덕에 E스포츠 중계를 하게 되었고 방송사 다닐 때보다 일하는 날이 많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금전적으로 훨씬 이득이 많다. 프리랜서로서 고충이라면 이젠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였던 그는 퇴사 후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미디어 세상을 접했고 스포츠 영역을 떠나 요리 프로그램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분들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 같고 저는 퇴사한 이유가 그분들처럼 막 고민을 한 건 아니죠. 딱 '최강야구' 하나만 보고 했으니까요. 그러니 장시원 PD님이 책임을 많이 지셔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7할 승리를 못 하면 폐지잖아요. 그래서 제가 PD님께 중계가 필요하거나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달라고. 뭐든 하든 제가 할 테니까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주축으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송승준, '악마의 2루수' 정근우,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아시아시리즈 MVP 장원삼, '파이어볼러' 이대은, '느림의 미학' 유희관, LG트윈스의 영구결번 타자 박용택,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금·은·동메달 섭렵한 이택근.

KBO 최초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서동욱,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레전드 선수들과 독립리그의 최수현, 황영묵, 대학선수인 정현수, 원성준, 그리고 비선출인 선성권까지. JTBC에서 매주 월요일 밤 방영되는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 팀이 꾸미는 기적 같은 승부는 시청자들의 가슴도 뜨겁게 만든다.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지난해 6월 출범한 첫 시즌은 30경기가 치러졌으며 그들의 목표는 7할이었다. 30경기에서 승률 7할이 나오려면 최소 21승 9패를 달성해야 하므로, 만일 10패 이상을 기록하여 팀 승률 7할을 못 넘기게 될 땐 '폐지'라는 초강수를 선언했다. 결국 최종전 방영 전 29전 21승 8패를 기록하며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의 기적을 보여줬다.

2023 시즌 목표는 여전히 7할의 승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2022 시즌 동안 치르지 못한 1경기를 포함한 총 31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10번 이상 패배하면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현재(8월 7일 기준) 2023 시즌에서는 15경기를 치렀으며, 전적은 10승 5패로 승률은 6할 6푼 7리다.

‘최강야구’의 연출이자 단장인 장시원 PD만 믿고 전 직장 MBC스포츠 플러스를 퇴사한 정용검 캐스터에겐 청천벽력이다. 출연진 중 유일하게 선수 활동을 하지 않은 그는 레전드 선수들이 길게는 30여 년간 외길만 걸어오며 지난날에 다 같이 울고 웃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만은 모르는 괴리감이 있을 것이다.

“캐스터는 화면에 보이는 플레이 자체를 ‘타구를 못 잡았다’, ‘송구가 빠졌다’, ‘어긋났다’ 등 그림처럼 묘사하고 중계 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플레이의 평가를 절대 할 수 없어요.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오래 해서 그렇게 배워왔고 저도 그게 바르다고 생각해서 그게 어렵진 않아요. 그다음의 설명은 김선우 위원님의 순서죠,”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이번 시즌에 함께 하지 못한 심수창은 장시원 PD와 정용검을 연결해준 인물로 ‘스토킹’ 프로그램 덕에 친분이 깊었던 사이다. 정용검이 ‘최강야구’를 중계하러 왔을 당시 지금만큼의 친분은 아니지만 정근우와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고 박용택, 송승준, 장원삼 등과 안면이 있었다.

“‘최강야구’ 전엔 이 정도로 친하지 않았는데 프로그램하면서 엄청 친해졌어요. 라커룸 들어가서 같이 앉아있으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야구선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듣고 하니 예전엔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했던 거를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이가 됐거든요. 형, 동생 하며 지내다 보니 야구 관련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어 프로야구 중계 때보다 야구 지식이 더 는 것 같아요.”

그들이 이른 시일 안에 가까워지고 끈끈해진 건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특집 방송, 연장 방송 등이 편성되어 화제를 모으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편성에 대한 고찰이 적다. 그러나 ‘최강야구’는 인기에 상관없이 몬스터즈의 성적에 따라 폐지 여부가 결정되기에 같이 심기일전했다.

월요일 타켓 시청률이 매주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도 항상 10위권에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최강야구’지만 그 안에 제작진과 참가하는 선수들은 정작 프로그램 폐지를 걱정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말한 ‘돈 받으면 프로다’라는 격언처럼 예능 프로그램이나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여주니 코믹, 다채로운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전례 없는 장르가 탄생했다.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제가 이 프로그램을 중계하러 왔을 때 선수들이 ‘프로그램을 하는데 MBC SPORTS+를 퇴사하고 왔다고?’ 하며 놀랐어요. ‘7할 승리를 못 하면 자신들도 일이 없어지지만 ‘용검이 너도 일이 없어지는구나’‘하면서 모두가 같이 편안하게 해줬죠. 지금 아직 7할에 대한 목마름이 얼마나 강한지 대부분 이 프로그램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선수들은 ’레전드‘ 답게 승부욕 자체도 엄청나게 강하고 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이긴 날의 더그아웃 분위기와 진 날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진 날은 라커룸을 무서울 정도로 살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애매하게 진 날은 정용검도 최대하게 밝은 척을 해본다. 독립리그나 대학선수 등 서로 분위기도 모르고 연고가 없는 선수들이 합류했을 땐 의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끌어줘야 하고 어색해서 누군가는 가교 구실을 해줘야 하는데 정근우 선수나 이대호 선수가 엄청 잘 챙겨줘요. 투수는 송승준, 장원삼 선수부터 누구 한 명이다 할 것 없이 새롭게 온 선수들이 프로 출신 선수보다 나이가 어리잖아요. 그런데 진짜 동생 대하듯 다들 엄청나게 잘 챙겨주고 분위기를 이끌어줍니다.”

스포츠 외적으로 정용검을 몰랐던 이들에겐 당연히 이름 석 자를 크게 각인시켜준 프로그램이다. ‘최강야구’ 때문에 퇴사한 그는 ’최강야구‘ 덕에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과거와 비교해 더 많은 인연을 만났고, 내면에 자신이 지닌 끼와 재능도 찾아가고 있고, 방송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강야구‘는 삶에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스포츠 캐스터 정용검. 사진=디씨엘이엔티 제공

“제 장점은 옆에 있는 사람들을 더 뛰어놀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괜찮다고 생각해요. 리액션도 좋고,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려고 노력하고, 스포츠 중계가 사실 어떻게 보면 해설자를 게스트로 둔 MC거든요. 진행을 하다 보면 지금 하는 유튜브 MC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해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스포츠 캐스터가 천직인 정용검은 그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평생 스포츠 캐스터로서 살 수 있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다방면의 활동도 소망하지만 조급하지 않다. 현재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스포츠 버전인 ’스토킹’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MC로 다양한 스포츠 스타를 만나는 정용검 그는 실제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싶은 의사를 밝혔다.

“제가 알기론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프로야구, 축구, E스포츠까지 중계했던 사람이 아마 없을 거예요. ‘유 퀴즈 온 더 블록’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어요. 저 나름대로는 제가 했던 도전이 두려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유재석 씨 진행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유 퀴즈’에 나가서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하시는지 직접 보고 싶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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