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배경인 '넘버스'에 출연하며 5년 만에 지상파 복귀
선역 사이 계산된 '따뜻한' 악역이자 매력있는 '형우'로 열연
인생서 단 한 번도 표출해본 적 없는 극에 달하는 분노 연기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드라마 '킹더랜드'의 이준호, 임윤아, 영화 '더 문'의 도경수,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의 강민혁 등 최근 가수로서의 매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겸비한 2∙3세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영화와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넘나드는 활약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성열 역시 ‘연기돌’ 계보에 당당히 합류했다. 이성열은 2세대 아이돌 6인조 그룹인 인피니트 데뷔한 이후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왔다.

연기자의 꿈을 지니고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그는 데뷔 전부터 최고 시청률 32.9%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은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단역부터 주연까지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성열은 지난달 화제 속에 방영된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에서 성숙해진 연기로 합격점을 받으며 배우 활동에 다시 한번 박차를 가했다. 지상파 작품 복귀는 2017년 KBS ‘미워도 사랑해’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회계법인과 회계사의 세계를 처음으로 조명하게 된 드라마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극본 정안·오혜석, 연출 김칠봉, 제작 타이거스튜디오·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이하 '넘버스')은 고졸 출신 회계사 '장호우'(김명수 분)가 거대 회계법인의 부조리에 맞서 가장 회계사답지만 가장 회계사답지 않은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해가는 휴먼 오피스 활극이다.

인피니트 이성열. 사진=매니지먼트 이상 제공
인피니트 이성열. 사진=매니지먼트 이상 제공

드라마 '넘버스'에서 이성열은 태일회계법인의 딜 파트 디렉터로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야망 가득한 캐릭터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이성열 외에도 김명수, 최진혁, 연우, 최민수 등 회계사로 완벽히 변신한 이들이 비리부터 정의까지 모든 것을 숫자로 증명해내는 치밀한 두뇌 플레이, 몸을 사리지 않고 펼치는 긴박한 액션 등이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며 '넘버스'의 몰입감도 배가됐다.

이성열은 "좋은 작품에 캐스팅돼 아티스트 이성열이 아닌 '심형우'로 6개월을 살며 힘들기도 했지만 훌륭하신 선배님, 동료 배우 분들과 6개월간 촬영하게 되어 흥분되고 행복했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특히 대선배인 최민수, 정해균과 촬영 비중이 컸던 그는 "많이 가르쳐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매번 함께하는 장면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넘버스'는 흔치 않게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을 소재로 작품을 다루었다는 점도 신선하지만 당연히 비리를 밝히는 통쾌한 선역이 있다면 악역도 존재한다. '심형우'는 외적으로 보이기엔 아슬아슬한 악역이었다. 그리고 그의 연기는 '실력의 불안함'이 아닌 '계산된 불안함'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선역인 인물이 악역이 되었을 때. 혹은 타의로 인해 악역을 자처해야 했을 때 그 악역은 완벽함에서 공명이 생긴다.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 스틸. 사진=MBC 제공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 스틸. 사진=MBC 제공

"'형우'는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희생할 줄 아는 친구이고 알고 보면 따뜻한 인물입니다. 2회에서 제과점 들려 빵을 사 들고 집에 들어와 자는 아들 침대 옆에 빵을 두고 쓰다듬는 '형우'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따뜻한 친구'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9회 회상 장면에서도 자신의 앞날을 예상하고 '호우'를 돕죠. '형우'라는 배역이 겉으로 보기엔 자신이 잘되기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해내지만, 마음 한켠엔 따뜻함과 매력 있는 캐릭터입니다.“

1회에서 보이는 학생 '장호우'(김명수 분)의 회계사 입문 계기는 거대법인의 능력이 있는 회계사 '한승조'(최진혁 분)와의 만남이다. 극중 태일회계법인 내에서 '심형우'의 직급은 딜파트 디렉터로 '연차보다 빨랐던 승진'이라고 소개되지만 딜파트 시니어 매니저인 '한승조'와 편히 반말을 나눈다. 이성열은 다섯 살이나 나이가 많은 최진혁, 반대로 나이가 어린 김명수 사이에서 외적으로도 느껴지는 능력 차이, 나이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줘야 했다.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 스틸. 사진=MBC 제공
‘넘버스 : 빌딩숲의 감시자들’ 스틸. 사진=MBC 제공

극중 서로 대립하는 역할인데 최진혁의 경우 워낙 몸집이 크고 좋아서 이성열 역시 체력운동도 하고 헤어, 메이크업, 의상에 신경을 썼다. 연출자 김칠봉 감독님은 '형우'의 옷 스타일은 블랙 계열로 통일해 '오피스 활극'이라는 설정에 충실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심형우'는 언제나 예민하고 냉철하며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다. 이성열에게 가장 고민으로 다가온 건 시시각각 표출되는 인물의 분노였다.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형우'의 분노가 극에 달해 가는데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분노해본 적이 없어서 감정의 정도를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형우'라는 캐릭터가 세상을 좋은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친구여서 감정표현을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형우'가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들이 있어 그때 조금 해소를 했으나 100% 해소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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