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고상호, 악역 '양호준'으로 성장과 갈등 선봬
이성경에게 '잤냐'고 묻는 장면, 시즌2, 3 통틀어 가장 악하다 생각
폭설 속 혈액수송장면 감동과 몰입력으로 캐릭터의 재평가 이뤄져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명품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시리즈 속 캐릭터들은 시리즈가 전개되며 마주하는 사고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의사들은 연차가 올라가는 설정으로 그들의 실력도 가파르게 진보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듬직함을 안겨줬다. 단 한 사람 '양호준'을 제외하고. 지질이 행보와 갱생하지 못한 품위로 시즌3에서 등장하지 못할 것임을 예상했지만 그는 돌아왔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와 3에서 '양호준'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고상호는 뮤지컬 '동네'와 '미드나잇: 앤틀러스' 공연 일정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시즌3 촬영에 임했다.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누구나 이상적인 사람과의 만남 또는 이상적인 환경을 꿈꾸는데 '김사부'를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화가 되는 것 같다"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배우 고상호. 사진=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배우 고상호. 사진=피엘케이굿프렌즈 제공

"시즌2에서 처음 ‘양호준’ 역으로 합류했을 때 ‘김사부’와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가족보다 더 끈끈한 ‘돌담즈’에 항상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현실과는 다른, 그래서 더 이상적인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시청자분들이 공감하는 ‘낭만’을 똑같이 느꼈으니까요."

일반외과 전문의 '양호준'은 시즌2에서 거대병원 스타 외과의이자 '김사부'(한석규 분)에게 피해의식, 적개심을 가진 '박민국'(김주헌 분)을 향한 충성심 하나로 돌담병원에 내려와 병원 내에선 스파이짓, 간신배 짓만 골라 하며 단단히 '밉상캐'로 자리 잡았다.

시즌3에서 '양호준'이 따랐던 '박민국'과의 행보는 갈린다. '김사부'가 지닌 의사로서 숭고한 진실을 본 '박민국'은 '김사부'의 오랜 꿈인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돕는다. 반면 일반외과의로서 '양호준'의 실력은 늘지 않았으며 되려 퇴보한 모습으로 수술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또한 환자가 밀려드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집단 보이콧에 앞장선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3’ 제공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3’ 제공

고상호는 아직도 시즌2와 3를 도합해 악역 '양호준'의 가장 심하고 어려웠던 장면으로 시즌2에서 '임현준'(박종환 분)과 '서우진'(안효섭 분)이 계약서를 찍은 것을 확인하고 사본을 따로 보관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던 중에 서우진을 협박한 걸 들킨 후 '차은재'(이성경 분)가 항의하자 '차은재'에게 망언 내뱉고 '차은재'에게 머리를 맞는 장면이다.

"'은재'에게 '잤냐'고 묻는 장면 촬영은 촬영 전날까지도 '이 대사를 내 입으로 뱉어야 한다고? 차라리 성경이가 내 뒤통수를 정말 세게 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웃음) 그래야 시청자분들의 속이 조금이라도 더 시원해질 테니까요. 여전히 고상호는 그런 '양호준'이 이해되지 않지만요."

시즌3 7회에서 '양호준'은 혼자 점심 먹으러 시내까지 나갔다가 폭설로 차가 고립돼 도로에 갇힌다. '김사부'에게서 주변에 혈액수송차량이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연락을 받고 폭설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혈액수송차량을 찾아내 '박민국'과 함께 혈액을 들고 돌담병원까지 달린다. 김주헌과 함께한 혈액 수송은 눈 폭풍을 뚫고 뛰는 장면만 6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3’ 제공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3’ 제공

배우도, 제작진도 내리는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다. 고상호는 어느 날 '내일 눈이 올 것 같으니 촬영하겠다'는 연락받고 촬영장소로 갔다. 서울에서 출발할 당시 날씨가 너무 좋아 눈이 오긴 할지, 촬영을 못 하는 건 아닐지 미리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대관령 어느 터널을 지나게 됐는데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의 눈앞에 '겨울왕국'이 펼쳐졌다.

"이 모든 게 다 뜻이 있으셨구나 싶었어요. (웃음) 촬영하면서 눈 배경이 너무 멋져서 배우들도 그렇고 제작진들도 더 멋진 그림을 담으려고 추위를 잊고 다 같이 애쓴 장면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다행히도 그 노력이 방송에 잘 담긴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얄미운 '양호준'이지만 눈 폭풍 속에 '박민국'과 혈액을 들고 뛰는 장면은 코믹하고도 감동적이면서 의사로서 본분을 지킨 그의 모습이었다. 해당 장면은 다양한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며 '밉상이긴 한데 사람 살리는 건 똑같은 의사', '인생은 양호준처럼' 등 다양한 댓글들이 쏟아져 나왔고 '양호준' 캐릭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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