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열정으로 현장 이끌며 세밀한 부분 절대 안 놓쳐
고요하고 단단한 카리스마 오정세, 메인키워드 모두 소화
다양한 해석 오간 엔딩은, "희망으로 가득하지 않은 현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 7월 29일 방송된 최종회를 끝으로 지난 6주간 신들린 듯 달려온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의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SBS ‘악귀’의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12%, 전국 가구는 11.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동 시간대 및 토요 미니시리즈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닐슨코리아 기준) 민속학을 접목한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웰메이드 작품을 탄생시킨 숨은 공로자 김은희 작가와 이정림 PD를 만났다.

드라마는 '해상'(오정세)의 가문이 악귀를 만들었고, 그 악귀의 이름이 ‘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악귀'는 매회 충격 엔딩을 선사했다. 흙수저 공시생 '산영'과 악귀에 씐 '산영', 두 얼굴을 연기한 김태리는 악귀를 없애야 하는 절실한 의지, 악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린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시력을 잃고 싶지 않아 악귀가 필요한 감정 등 '산영'의 복합적인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악귀를 없애려는 '해상'을 연기한 오정세는 자신의 가문이 저지른 악행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복잡한 심경부터 '산영'의 구원으로 다시 일어나 악귀 추적에 박차를 가하기까지 진중한 연기로도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며 호평을 얻었다. 홍경은 진급 위주의 사건만 선호하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미제 사건 수사에 진지하게 임하기까지 '홍새'의 성장사를 유려하게 그려내며 키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이정림 감독은 각 배우에 대해 말했다.

"김태리 배우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아요. 이를테면 ‘네’ 한 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죠.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어요."

"오정세 배우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입니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줬어요. 홍경 배우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았어요. 극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 홍경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김원해 배우님은 현장에서 등불 같은 존재로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김해숙 배우님은 화면 속에선 정말 무서워 보이지만 '컷', 하면 '호호'하고 웃는 소녀 같은 배우로 제작진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어요."

"진선규 배우는 좀 과장해서 첫 만남에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드럽고 우아한 말투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본인의 나이보다 12살이나 많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엄마처럼 늘 보듬어 주시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해해 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김은희 작가는 김태리, 오정세, 홍경, 김원해, 김해숙, 특별출연한 진선규 등과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었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컬트라는 새로움에 도전해주고 멋진 연기를 보여준 명품 배우님들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귀신보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더 소름 끼쳤다"라고 말했다.

마지막회에서 '산영', '해상', '홍새'가 악귀를 없앤 후, '산영'은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이뤄가며, 꿋꿋하게 자신만을 위한 삶을 꾸려간다. 눈을 감고 주변의 물건을 만져보는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명에도 대비한다. '해상'은 몇천억이나 되는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해 여전히 ‘미친 교수’란 소리를 들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홍새'는 밤낮으로 수사에 매진한다.

'산영'은 여전히 귀신이 보였지만, 무섭고 두렵지만은 않았다. '해상'과 함께 “길을 잃고 떠도는 귀신을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수많은 사람의 염원을 담아낸 거대한 정화의식”인 ‘선유줄불놀이’ 광경을 바라보는 '산영'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피었다. 그 순간 '산영'에게 또다시 흑암시 증상이 찾아왔지만, “그래 살아보자”는 목소리엔 활기찬 생의 의지가 있었다.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사진=SBS 드라마 ‘악귀’ 제공

다양한 해석이 오갔던 '흑암시' 엔딩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산영'이는 스물다섯, 아직 인생의 시작점에 있는 청춘인데 극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아무리 옳은 선택을 했어도 희망만이 가득하진 않을 건데 그런 현실을 흑암시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획부터 시작해 '이런 아이템이 괜찮을까', '공중파에서 오컬트라니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여 주실까' 고민한 부분이 많았다“며 ”그런데도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에도 격려해주셔서 감사했다"는 김은희 작가. 그는 마지막으로 ‘악귀’의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악귀'가 지닌 작품의 힘은 어려운 오컬트를 선택하고 사랑해준 시청자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를 공감해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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