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너무 달랐던 소년 재판 참관하며 연출 방향 고민
소년범 역할로 신인 배우들의 자유로운 느낌에 대거 발탁
캐스팅이 ‘전부’라 할 정도로 배역 하나하나 고심해 캐스팅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네 명의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소년부 판사들을 통해 소년범죄와 소년범을 둘러싼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과 소년들이 처해있는 환경,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실까지 '소년심판'이 보여준 수많은 이야기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연기의 대가들이 판사로서 호연을 펼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건 에피소드마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고민과 분노와 공감을 끌어낸 소년범들이었다. '소년심판'의 연출자 홍종찬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년범으로 분한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캐릭터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캐릭터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처음 시리즈의 톤을 잡고 큰 틀에서 작품의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법원이라는 공간과 판사들의 캐릭터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견고한 틀이 있고, 색채로 보면 무채색에 가까운 이미지였죠. 반면 매 에피소드에 나오는 다양한 소년범들은 굉장히 다채롭고 다양하고 개성 넘치고 빛깔도 다 다르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스팅이 전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배우들의 캐스팅은 정말 중요했어요. 정말 많은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경험이 많은 배우들도 있었고 신인에 가까운 배우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연기를 시도해보는 배우들의 연기를 봤을 때 조금 더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런 느낌이 좋아 대부분 새로운 신인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건이자 극중 1화에서 만 8세 아이를 살해한 연화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 '백성우'를 연기한 배우 이연은 극중 설정이 중학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28세이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소년범 역의 배우들은 '소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 나이의 성인들로 구성되어있다. 홍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아주 어린 배우들 위주로 소년범 배역을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년 재판을 참관하게 된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년범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호자 간에 형성한 관계 등이 상상되었다. 무엇보다 소년 재판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외모로는 소년범들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접한 소년범들의 모습은 충격적일 정도로 다채로웠어요. 너무나 다른 외모, 서 있는 자세, 몸짓, 말투, 입은 옷까지 각각의 모습들이 다 달랐고요. ‘어떻게 캐스팅하지’, ‘연출로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소년범들의 외모를 보고 16살인지 20살인지, 30살인지 나이를 예측하는 게 어려웠어요. 캐스팅 단계에서도 나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이에 대한 폭을 점점 높여서 소년범들을 캐스팅하게 됐었어요. 그렇게 캐스팅된 배우들의 나이가 다양하게 배치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홍 감독은 ‘소년심판’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법정이라는 공간은 건조하고, 무겁고, 형식적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소년 재판을 참관하며 작품 연출을 구상했다. 그는 소년 법정의 재판 하나하나가 짧은 연극 한 편 혹은 드라마 한 편처럼 느껴졌다. 캐릭터 적인 측면에선 반말, 호통, 묻고 답하는 판사의 태도나 말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재판의 형식과 진행에 따라 판사의 성격, 성향, 소신이 보였다.

보호자의 모습도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소년 재판에 참석한 보호자는 대부분 부모나 가족이다. 소년범이나 보호자나 ‘죄송하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 선처해달라’고 반성하는 모습일 거라 예상했지만 반성하지 않는 소년범이나 ‘내 책임 아니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보호자들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홍 감독은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소년의 마음이 헤아려지기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연출자 홍종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은 배역 한 명 한 명 정말 신중하게 캐스팅했습니다. 연출가로서 캐스팅할 때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배우의 연기 톤, 앙상블까지 여러 가지를 다 생각해서 캐스팅 과정을 거쳤고 그만큼 정말 오디션도 많이 봤습니다. 캐스팅할 때 기본적으로 제가 인연이 있는 배우 중 떠오르는 배우도 있죠. 과거 눈여겨봤던 배우들, 좋았던 기억이 있던 배우들 등 그런 부분을 먼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캐스팅한 배우들도 있고 새롭게 오디션을 보면서 캐스팅한 배우도 있습니다. 메인 판사 배우뿐만 아니라 소년범을 연기하는 신인 배우들, 법원 직원실에 있는 직원들 한 명까지 고심하여 캐스팅했어요.“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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