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광화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 19.3%, 중대형 23%
재택근무 전환 비율 상승하며 상권 침체기 빠진 상황
광화문 투자 수익률 1.73%, 회복 속도 빨라 투자가치↑

 

서울 광화문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상권의 불도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서울 광화문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상권의 불도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상권에 발걸음이 끊겼다. 공실률과 임대료가 오르는 등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힘든 나날을 겪는 서울 상권을 직접 찾아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서울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광화문은 600년의 역사를 지닌 수도의 중심부다. 인근에는 수많은 기업 본사와 정부기관, 금융기관이 밀집한 지역으로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광화문 상권의 불이 하나 둘씩 꺼졌다. 수많은 기업과 직장인도 광화문 상권을 살리지 못했다. 명동만큼 외국인관광객이 많던 광화문은 텅빈 거리가 됐다.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출구로 나와 상권이 밀집된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했다. 높은 빌딩이 빽빽한 광화문은 직장인들의 바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상권이 침체된 건지 궁금해졌다.

인근 직장인들에게 광화문 상권과 관련된 분위기를 물었다. 유통업계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점심에는 몰랐는데 저녁시간에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며 “자주 가던 음식점도 문을 닫았다. 폐업하는 상가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 3분기 광화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9.3%, 중대형 공실률은 23%로 집계됐다. 사진=고정빈 기자
올 3분기 광화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9.3%, 중대형 공실률은 23%로 집계됐다. 사진=고정빈 기자

◆공실률 급등, 어두운 미래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의 공실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광화문 소규모(일반 2층·연면적 330㎡ 이하) 상가 공실률은 19.3%다. 명동(43.3%)과 비교하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전 분기(4.3%) 대비 15%포인트 상승, 서울 평균 공실률(6.7%) 대비 12.6%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일반 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은 23%로 집계됐다.

임대료 역시 눈에 띄게 하락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광화문과 인접한 청운효자동 상가 임대료는 ㎡당 7만9977원(1층 제외)이다. 지난해 동기(9만9025원) 대비 1만9048원(19.2%) 감소했다.

상권이 침체기에 빠진 지역에서 임대료 하락세를 나타낸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명동 역시 올 3분기 임대료가 지난해 동기 대비 32.7% 하락했다. 임대를 원하는 소상공인이 줄어 월세를 인하해서라도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점포 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 서울시 ‘지역·상권별 현황’에 따르면 올 3분기 광화문 전체 점포 수는 1351개다. 지난해 동기(1347개) 대비 4개(0.2%) 늘었다. 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를 내놓은 상가를 합하면 점포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광화문에 들어온 신생기업 생존율은 81.8%다. 3년 생존율은 61.9%, 5년은 43.0%다. 2~3년까지는 창업을 유지하는 점포가 많으나 5년부터는 2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종로구의 평균영업 기간은 최근 10년 기준 3.3년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사실 우리도 폐업을 배제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직장인들이 종종 찾아오나 재택근무 시행으로 발걸음이 끊겼다”며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계속 버티고는 있으나 이대로 가면 상권은 더욱 침체기에 빠진다”고 한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비율이 높아져 유동인구가 상당히 줄었다. 정부 부처들이 지방으로 분산되면서 공무원들도 떠났다. 아울러 오래 상가를 운영하던 자영업자들도 침체기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가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광화문 상권도 명동만큼이나 큰 타격을 받았다. 기업 시설들이 밀집된 지역임에도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방역지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짧은 저녁시간을 활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광화문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등과 다른 성격을 가진 지역이다. 오피스 부분에서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병행되는 등 직장인들의 출퇴근 변화에 따라 상권 변동이 급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상권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투자가치가 급변하는 지역 중 하나다. 사진=고정빈 기자
광화문 상권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투자가치가 급변하는 지역 중 하나다. 사진=고정빈 기자

◆"회복기 빨라 투자가치 높다"

이번엔 광화문 상권 투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화문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예전보다 줄었다”며 “하지만 상권이 회복하면 투자가치는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화문 상권 권리금은 공실이 안나는 경우 매장을 내놓으면 1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공실이 났을때 권리금은 없는 상황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당시에는 작은 상가부터 빌딩까지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이처럼 광화문 상권은 업종과 위치 등을 고려하면 투자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이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 3분기 광화문 투자수익률은 1.73%다.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 수익률(1.53%)보다 0.2%포인트 높다. 투자수익률은 3개월 동안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성과를 나타낸 지표로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한다.

D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화문은 땅값이 비싼 지역 중 하나다. 임대료는 건축과 임대방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신축 임대료는 ㎡당 20만~30만원선까지 책정될 수 있다. 최근 리모델링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비용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든 상권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광화문 상권은 직장인들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기 때문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상황과 시점을 고려하면 큰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시장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특히 기업이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곳은 다른 투자에 비해 안정성이 높을 것이다. 다른 방법과 투자를 고려한다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종필 대표는 “광화문 상권 분위기는 한동한 유지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회복기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회복 기미만 보여도 금방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투자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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