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사라지는 공실들… MZ세대 명품소비 영향에 살아남아
올 3분기 청담동 전체 점포수 4047개, 1분기 대비 24개 증가
청담동 소규모상가 투자수익률 3.53%, 중대형 수익률 3.28%
투자자들, 토지·주택보다 건물 투자하는 비율 증가하는 상황

 

서울 청담동 상권은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정빈 기자
서울 청담동 상권은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정빈 기자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울 상권에 발걸음이 끊겼다. 공실률과 임대료가 오르는 등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힘든 나날을 겪는 서울 상권을 직접 찾아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서울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은 '명품거리'로 불린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전국 상권에 비해 청담은 피해규모가 크지 않아 보인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명품을 구입하는 ‘플랙스(Flex)’ 소비가 유행하면서 청담상권을 보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8번출구로 나와 명품상가가 밀집한 청담동 거리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거리에는 명품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예전 청담과 비교하면 매우 조용했다.

실제로 청담의 피해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으나 청담은 상권이 어느정도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명품 소비가 증가한 영향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1~9월까지 명품 브랜드 전문점 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MZ세대 매출 비중이 68%를 차지했다. 사진=고정빈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1~9월까지 명품 브랜드 전문점 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MZ세대 매출 비중이 68%를 차지했다. 사진=고정빈 기자

◆유일하게 공실률 '하락'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청담동 명품거리 공실률은 15.4%다. 올 1분기(19.2%)보다 3.8%포인트 내려간 수치로 평균 공실률(9.7%)보다 5.7%포인트 높다. 명동(3분기 기준·51.6%)을 포함한 전국 상가 공실률이 오르는 가운데 청담은 유일하게 하락세로 전환했다.

청담동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례적으로 임대료가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의 공실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청담동 소규모(일반 2층·연면적 330㎡ 이하) 상가 임대료는 ㎡당 5만3000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격해지기 전인 지난해 1분기(5만2400원) 대비 1% 올랐다. 중대형(일반 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상가 임대료는 5만7900원으로 같은 기간 불과 2% 감소했다.

청담동은 다른 상권에 비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은 상권이 어느정도 유지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청담동을 찾아 명품을 구입한 결과다. 전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19도 명품구입은 막지 못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1~9월까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명품 브랜드 전문점 10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매출 비중이 68%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동기(41%) 대비 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점포 수도 늘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청담동 전체 점포수는 4047개다. 올 1분기(4023개)보다 24개(0.6%) 늘었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일반 점포수도 증가했다. 올 3분기 청담동 일반 점포수는 3853개로 올 1분기(3828개) 대비 25개(0.6%) 많아졌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청담동에 들어온 신생기업 생존율은 58%(올 3분기 기준)다. 2년 생존율은 68.3%, 3년은 58%다. 2~3년까지는 창업을 유지하는 점포가 많다는 의미다. 청담동의 평균영업 기간은 최근 10년 기준 3.3년이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청담동은 명동이나 타 지역과 비교했을때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MZ세대 뿐만 아니라 소득력이 높은 수요자들이 청담을 찾은 것도 상권 유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투자자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인해 주택 투자에서 건물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청담동 투자자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인해 주택 투자에서 건물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고정빈 기자

◆"투자하는 사람 많다"

이번엔 청담동 투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담동에 투자하기 위한 문의는 예전부터 끊이질 않는다. 아직까지도 고가빌딩 구매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꼬마빌딩은 물론 100억원이 넘어가는 건물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끊이질 않으면서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청담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명품 의류와 명품 가방 등을 판매하는 상가에는 평일임에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상가를 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처럼 청담동 상권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식지 않아 투자 가치도 높을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올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을 조사한 결과 청담 소규모 상가 투자수익률은 3.53%다.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 수익률(1.53%)보다 2%포인트 높다. 중대형은 3.28%로, 서울 평균(1.78%)보다 1.5%포인트 상회했다. 투자수익률은 3개월 동안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성과를 나타낸 지표로 소득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합산해 산출한다.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담동 투자 인기는 식은적이 없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매물을 찾아달라는 문의도 들어온다”며 “소비자들도 신흥부자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설명했다.

청담동은 주택에 투자하기 보다 건물에 투자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인해 주택 투자수요가 줄었고, 투자자들은 건물로 눈길을 돌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청담동 상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담동 건물은 규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명품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역이기에 대부분 100억원 이상을 훌쩍 넘는다. 청담동 대지면적 283㎡·710㎡ 규모 상가 건물 매매가격은 120억~130억원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담동은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 중 하나다. 소비력이 높아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 곳”이라며 “투자를 하게 된다면 배후수요와 소득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업종과 유동인구가 상권 유지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수집한 이후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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