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영향으로 일본맥주 수요 줄자 수제맥주 인기
수제맥주 주세법 개정 효과 톡톡… 편의점서 매출 급등
수제맥주 기술력 세계적 수준 "해외 수출 전망 긍정적"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8년 633억원에서 2020년 1180억원으로 86% 늘었다. 내년엔 3700억원으로 전망한다. 사진=픽사베이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홀로 즐기는 ‘혼술’이나 집에서 마시는 ‘홈술’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주종의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김치, 고추장 등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덩달아 K-주류 역시 해외에서 주목받는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최근 수입맥주가 줄어든 자리에 국산 수제맥주가 들어섰다. 편의점업계가 2019년 불매운동 영향으로 수입맥주 선두주자였던 일본맥주 대신 수제맥주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후 맥주에 붙는 세금도 바뀌면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가 나왔고 동시에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날개단 수제맥주

수제맥주 열풍에는 2020년 개정된 주세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술에 매기는 세금 방식이 52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됐다. 출고가가 아닌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국내에서 이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8년 633억원에서 2020년 1180억원으로 86% 늘었다. 내년까지 3700억원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수제맥주 성장배경에는 ‘다양성’도 있다. 술을 즐기는 문화가 다변화되면서 맥주 맛에 대한 취향도 분화됐다. 여기에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다양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혼술·홈술 열풍까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편의점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수제맥주에 도움이 됐다. 국내 편의점은 앞다퉈 이색 협업 수제맥주를 내놓고 있다. CU가 2020년 5월 선보인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넘겼다. 지난해 CU의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255% 급증했다.

GS25가 2018년 선보인 ‘광화문’은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 1300만개를 기록했다. 이 업체의 수제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4.1% 증가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성장했고 품목수도 지난해보다 2배 늘어 20종 이상 판매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 문화가 회식과 과음에서 집에서 즐기는 분위기로 넘어가면서 기성맥주보다 특색 있는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제주맥주 관계자가 양조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 관계자가 양조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한류 열풍에 글로벌 도전하는 K-맥주

수제맥주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업체들도 몸집 키우기에 돌입했다. 국내 인기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수제맥주 1호 상장기업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거멍 에일을 수출했다. 현재 수출 국가는 맥주 종주국으로 꼽히는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다.

어메이징브루어리는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자사제품을 판매중이다. 아시아권 공략을 목표로 한다. 카브루는 자사 수제맥주 구미호 시리즈를 앞세워 대만, 몽골, 영국 등 해외 판매 채널을 확대 중이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제맥주의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전 세계 맥주가 출품되는 주요 맥주대회에서 수상하는 업체가 지속해서 나왔고 수출 물량도 늘고 있다.

그간 수제맥주는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표방했다. 이로 인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출 물량을 맞추기 어려웠다. 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고 기업들이 양조장을 확대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수출국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국내 수제맥주가 해외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 과장은 “국내 수제맥주 산업이 성장할수록 경쟁력 있는 맥주 생산이 가능하다”며 “최근 열풍인 한류 문화 콘텐츠가 접목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호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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