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시장 1위 유지비결, 고객사 신뢰·꾸준한 투자
올해 투자규모 지난해보다 늘어 사상최대 '440억달러'
인력유출 방지, 성과급도 통 크게 인당 5200만원 투척

올해 반도체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도 경쟁을 위해 올해 추가 투자에 나선다. 국내외 반도체기업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반도체시장에서 맞붙을 각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TSMC는 경쟁사 추격에 맞서 올해 지난해 투자금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TSMC가 경쟁사 추격에 맞서 올해 지난해 투자금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절대 강자인 대만 TSMC가 올해 대규모 투자로 경쟁사와 격차 벌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을 둔 패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TSMC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휩쓸어 지난해 3분기 기준 1위 자리를 견고히 했다.

◆오늘날 TSMC 성공비결, 고객사 '신뢰확보'

TSMC가 1위를 유지했던 비결은 기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30년 이상 한 우물만 파왔기 때문이다. 회사의 사훈도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로 반도체 위탁생산 외 다른 사업에 눈길을 두지 않았다.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사들은 TSMC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TSMC에 생산을 맡기면 기술 유출을 염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점차 늘리면서 오늘날 파운드리 절대 강자로 성장했다.

TSMC의 일류기업 도약에는 창업자 모리스 창의 전략도 주효했다. 모리스 창은 파운드리분야를 손수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을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던 시기에 파운드리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당시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 공정부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파운드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 모리스 창은 향후 판매와 생산이 분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만 정부의 종합반도체 육성 요구도 뿌리쳤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미국 회사들에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점차 증가했다. 생산 공장을 만들 자금이 부족했던 이들은 TSMC에게 반도체 생산을 맡겼다. 고객사를 다수 확보한 TSMC는 이후 시장을 독점해왔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은 대규모 투자로 TSMC 추격을 선언한 상태다. TSMC도 경쟁사 투자에 대규모 투자로 맞섰다. TSMC는 매년 벌어들인 이익을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쏟아 붇는다. 회사의 투자역시 성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TSMC는 경쟁사 못지않는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지속 유지하겠다는 속내다. 올해 투자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440억달러(약 5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TSMC 홈페이지 
TSMC는 경쟁사 못지않는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투자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440억달러(약 52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TSMC 홈페이지

◆경쟁사 추격 본격화, 대규모 투자로 맞대응

경쟁사들은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 2공장 증설을 확정했고, 인텔도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자칫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부담이 높아졌다. 이에 TSMC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쟁사 못지 않은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지속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TSMC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시설투자 비중은 파운드리업체 중 가장 높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300억4000만달러(약 36조원)가량을 설비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매출액 568억220만달러(약 68조원)의 절반 이상을 파운드리 공장에 투자했다. TSMC는 "앞으로 3년 간 1000억달러 넘는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미국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비롯한 일본 소니와 합작공장 착공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연초부터 대규모 투자안을 쏟아냈다. TSMC는 올해 총 440억달러(약 52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를 뛰어넘는다. 

파운드리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행보다. 앞서 지난해 일본에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규모를 늘렸다. 일본 신규공장 건설에는 86억달러(약 10조3060억원)가 투입된다. 

TSMC는 성명을 통해 시장 수요 대응 차원에서 공장 생산력을 올리기 위해 투자규모 확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니와 공동으로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는 공장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 일본 업체의 집중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일본과 밀월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4조4000억원)을 투자해 5나노(㎚) 파운드리 공장도 건설 중이다. 독일 정부와도 공장 건설을 위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인텔은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TSMC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파운드리시장 경쟁은 앞으로 투자 규모와 공정 고도화에 속도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SMC는 반도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전직원 대상으로 성과급 지급도 결정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막기위한 선제적 조치다. 사진=TSMC 홈페이지 
TSMC는 반도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전직원 대상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사진=TSMC 홈페이지 

◆반도체 인재유출 대비, 임직원 혜택 강화

TSMC는 투자와 별도로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서도 앞장섰다. 올해 8000명 이상의 반도체 기술 인력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이어왔다.

파운드리 인력은 삼성전자가 2만명인데 비해 TSMC의 규모는 6만명으로 이를 압도한다.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가 지속돼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라 인재 확보가 기업 간 경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SMC는 이와 관련 3조524억원가량의 성과급 지급도 결정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68조2300억원으로 이를 기념한 특별 보너스다. 전체 5만7000명 직원들이 받게될 성과급은 평균 5200만원으로 추산된다.

경쟁사들이 파운드리 인재 확보에 본격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돼 임직원 혜택 강화를 통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대비 낮은 수준의 임금을 유지한 TSMC로서 통 큰 결정을 내린 셈이다. 

업계는 당분간 TSMC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단기간 TSMC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올해 파운드리 경쟁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TSMC가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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