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첫 현지 생산 '본격화'
생산능력 확대 초점 맞춘 배터리 3사
미국, 전기차 관련업계에 유리한 환경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배터리 3사도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손잡고 현지 생산시설 확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미 정부와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 역할을 맡게 될 앨라배마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 역할을 맡게 될 앨라배마 공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동’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배터리기업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주력한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인프라 조성을 위해 앨라배마 공장에 3억달러(약 37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전기차 현지 생산과 기존 생산설비 확충에 2025년까지 74억달러(약 8조1400억원)를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에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미국 시장 점유율 11%를 목표로 제시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연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전동화 모델 생산을 시작해 미국 전기차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3년 만에 개최된 뉴욕 오토쇼에 직접 참석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전동화 전환 상황과 현지 자동차시장 동향을 살폈다. 회사는 앨라배마 공장 외 추가로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오토쇼 현장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부지 결정 시점에 대해 “에이에스에이피(ASAP·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며 “연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부지선정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전기차 전용 공장부지로 거론되는 곳은 기아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나 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올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생산능력 확대 속도 내는 배터리 3사

국내 배터리 3사도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동맹을 통해 현지 합작공장 설립에 고삐를 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 등에 1~3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애리조나에는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배터리 단독공장 착공을 앞뒀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홀랜드공장 증설계획도 속도를 낸 상황이다. 증설계획에 대한 현지 당국의 승인도 마쳤다. 

미시간주와 카운티 당국은 LG에너지솔루션에 세금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사는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 5배 수준인 2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온 역시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을 통해 114억 달러(약 14조원)를 들여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는다. 합작공장이 가동이 본격화되면 SK온의 미국 내 수주량 확보가 탄력받을 전망이다. 

삼성SDI도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합작공장을 짓고 2025년부터 23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다. 현대차와 배터리 3사는 이처럼 현지 생산을 위한 계획을 보다 구체화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통해 국내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자국 내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우대조건을 내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통해 국내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자국 내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우대조건을 내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 정부 각종 혜택으로 국내기업 유혹

미 정부가 내세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업에 각종 세제혜택과 인세티브 등으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바이 아메리칸 규정 강화조치를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산 기준 상향 조정과 더불어 배터리 등 핵심 제품과 부품에 대해 더 높은 ‘가격 우대(price preference)’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정책을 토대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한다. 우리 기업들은 즉각 화답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각종 세제 혜택과 시장 점유율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미국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67만대로 전년 대비 101.3% 급증했다. 판매량 기준 중국과 독일에 이어 3위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국 전기차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성장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면서 미국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 정부 정책에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에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배터리기업에 미 정부의 지원을 비롯한 원자재 운송비용, 수출 시 해상운송비용 절감 효과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며 “차기 정부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의 추가 투자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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