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코스피가 수개월째 2600~2700 박스권에 갇혀 부진하다. 그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일명 ‘서학개미’라 불리는 이들은 삼성전자보다 애플을, 네이버 대신 구글을 보다 안전하고 수익률 좋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조금 더 젊은이들은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에 몰두한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증권시장인데, 국내에 한정하면 왠지 불만과 외면의 대상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눈을 돌려보면 증권시장의 부진은 국내에 국한된 게 아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조치,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악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독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여러군데서 들려온다.

단순히 최근 부진 때문일까. 아니다. 한 증권가 고위관계자는 “투자자는 돈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다”며 “수익이 된다면 애국보다 자본시장 논리를 쫓는 것이 이 바닥의 기본 룰”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외투자 열풍의 본질은 국내기업,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정의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국내 상장사의 성장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대못'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매 정권마다 나온다. 뽑았다는 얘기도 많지만 정권마다 규제 해소를 외치는 걸 보면 뭘 고쳤는지 모르겠다.  

이번 정권의 최대 억압 대상은 부동산과 디지털자산이다. 부동산의 경우는 수십차례 규제를 내놨고, 법도 뜯어고쳤다. 디지털자산쪽은 더하다. 코인 업계에는 '박상기의 난'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업계와 상관도 없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 "폐쇄" 언급을 한 영향으로 디지털자산 가격이 폭락해서다.

위험자산이며 투자가치가 희박하다 비난받던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디지털자산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기술이 됐고, 이를 다룬 곳들 중에 대기업이 나온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날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게 됐다.

두나무는 지난해 디지털자산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약 11조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 주력 집단 중 최초로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이 된 것이다. 재계 순위로 44위다.

이번 정부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제하고 억압했다. 정작 국가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유니콘, 대기업은 디지털자산 업계에서 나왔다. 

디지털자산 쪽은 눈에 보일 정도의 규제와 압박이 존재했다. 주식시장의 경우는 보이지만 않을 뿐, 디지털자산 시장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육성하며, 키우기 위한 정책이 근 5년간 얼마나 되던가.

코로나 상황에서 폭등하던 코스피는 올들어 3000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부진하다. 단지 유동성이나, 미국의 긴축 같은 대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본질은 정치권에서 벌어진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견제와 규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기업의 성장은 결국 투자자에게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주식시장의 투자매력 상승은 더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게 될 것이고 시장 규모는 자동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증권시장에 돈이 몰리고 자산가치가 늘어나면 우리 기업들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간다.

자꾸만 상황이 나빠지는 국내 증시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지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가오는 5월,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보다 큰 틀에서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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