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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의 57.6%는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사전에 알고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코로나19 이후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이 중 절반 이상은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240%가 넘는 폭리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일각에선 저신용자를 돕기 위한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이들을 더 사지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경험이 있는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우수대부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저신용자의 57.6%는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사전에 알고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응답자의 68.4%는 법정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 이자제한법령에 따라 연 이자율이 20%를 넘으면 불법이지만, 응답자의 25%가량은 매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한다는 응답자도 16.2%에 달했다.

동시에 여러 곳의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의 비중도 상당했다. 3명 이상의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대출을 받은 이들의 비중은 2020년 22.8%에서 지난해 27.1%로 5.7%포인트 증가했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대부업체를 찾게 되는 것은 이들이 등록 업체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저신용자의 57.6%는 불법사금융임을 알면서도 돈을 빌렸고, 특히 신용등급 9~10급에 해당하는 극저신용자는 76.7%도 사전에 불법사금융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53.0%에 달했고, 생활이 크게 어려워졌다는 비율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응답비율도 43.4%에 달했다. 

어리고 소득이 적을수록 금리부담은 더 높았다. 20대는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경우가 61.5%로 전 연령에서 가장 높았고, 30대는 57.7%를 기록해 두 번째로 많았다. 소득별로는 평균월급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구간에서 74.1%가 불법적인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었다.

일각에선 저신용자를 돕기 위한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들은 합법적인 대출시장에서 이탈해 불법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40곳 중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는 은행은 1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6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로 불어난 규모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승인이 거절된 이들은 43.4%로, 1년 전(39.6%)보다 더 늘어났다.

이는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심사를 이전보다 까다롭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불법 대부업체 뿐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늘고 있다"며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금리수준 자체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단기 소액대부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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