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대출 잔액은 1000조에 육박
저소득 자영업자 중심 부실 위험 ↑
금융불안지수 3개월째 상승세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책이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그간 가려졌던 자영업자 대출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저소득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채무 상환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 세계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지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저소득 자영업자 중심으로 대출부실 위험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늘어났다. 전 분기(909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60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3개 이상 은행에서 대출받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8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0.6% 늘어났다. 취약차주 수는 31만6000명으로, 전 분기(28만1000명)보다 3만명 넘게 증가했다.

오는 9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 자영업자 채무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 등 자영업자 채무 상환 위험이 높아질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대출금리가 매년 0.5%포인트씩 오르고, ▲올 9월 만기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이 종료되며, ▲손실보전금이 가구당 600만원이 지급된다는 전제 하에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비율(DSR) 변화를 분석해 본 결과 내년에는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채무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득분위별로는 저소득(하위 30%) 가구가 올해 34.5%에서 내년엔 48.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중소득(40~70%) 가구는 38.6%에서 47.8%로, 고소득(상위 30%) 가구는 39.5%에서 44.4%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심화는 이들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사진=서울와이어DB

◆시장 전반에 불안감 커져, 채무 이행 지원 

이 같은 우려에 금융시장에 전반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정성 정도를 수치화한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5월 13.0을 나타냈다. 금융불안지수는 높을수록 위험하다는 의미로,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지난 3월 8.9를 기록하며 주의 단계에 진입한 금융불안지수는 이후 3개월째 상승 중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반영되면 6월 수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현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유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물가 등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의 중장기 위험도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등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장기 평균(37.4)을 넘어선 52.6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 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 중심에서 채무 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 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 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 제2금융권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금융회사가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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