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물가불안 심리를 조기에 억제함으로써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연일 고물가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총재도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더 커지고 있다.

이 부총재는 23일 오전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현 상황에서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또는 장기화를 방지하는 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총재는 이날 '최근 통화정책 운영여건 변화와 한국은행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부총재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에는 상방리스크가 우세한 가운데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5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물가 불안에는 수요·공급 요인이 혼재돼 있으며,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매개로 장기화 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차질 해소가 지연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원자재, 식료품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압력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5월 중 물가 상승률은 4.3%로 지난달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5%대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21일 물가안정 목표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5월 전망한 4.5%는 물론 2008년 4.7%까지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분석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도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키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점도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의 지난주 '자이언트 스텝'으로 현재 미 정책금리(1.5~1.75%)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1.75%)는 같아졌다. 미국이 6·7월 연달아 빅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이에 오는 7월13일 금통위를 앞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주요 인사들의 발언만 종합해봐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황으로, 관건은 금리인상 폭과 속도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그동안 전례가 없던 '빅스텝'을 처음으로 단행할지 금융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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