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부터 위원회까지, 초석 다져
'금융 본업' 사회적 금융 지원 확대
ESG등급, 1년 만에 두 계단 "껑충"

공정과 착한소비에 민감한 ‘MZ세대’가 사회를 주도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시대의 흐름이 된지 오래다. 큰 틀에서 보면 과거 금융권의 ESG활동은 대부분 기업의 사회적책임(S)에 맞춰져 있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권의 환경적책임(E)이 강조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업무환경 탓에 지배구조(G)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그동안 금융권은 ESG경영을 위해 무엇을 바꿔왔을까. 4대 금융지주의 지난 한해를 되돌아 본다. [편집자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고객들은 상품과 서비스로만 기업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소통과 공감이 바탕된 새로운 기업문화를 전 그룹에 강력히 확산해야 하며, 고객들에게는 진정성 있는 PR과 소통으로 다가가 '우리'라는 브랜드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우리금융의 ESG는 선명할정도로 체계적이고 실무적이다. 아마 손 회장이 말한 진정성은 여기에 담겨있는 것 같다. 

◆초석부터 차근차근, 정밀히 다져온 ESG 

우리금융은 2020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금융그룹’을 선언하며 ESG 경영을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지난 한 해동안 ESG경영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2021년 1월 '그룹 ESG경영협의회'를 설치해 그룹사 간 ESG경영 활동의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2021년 그룹 중장기전략 및 그룹 경영계획’에 'ESG경영 강화'를 핵심전략으로 포함시키고 'ESG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등 ESG경영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지난해를 ESG경영 원년으로 선언해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ESG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올해는 그룹 차원에서 탄소감축 등 환경관리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ESG경영의 전 부문을 더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해 7월에는 새 ESG 비전도 발표했다. '금융을 위해 우리가 만드는 더 나은 세상(Good Finance For the Next)'이다. 금융 본연의 역할을 통해 "우리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다. '금융'이라는 업의 특성에 '우리'라는 그룹 아이덴티티를 더했고 ESG경영의 지향점도 반영했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으로는 ‘Plan Zero 100’을 목표로 삼았다. 오는 2050년까지 그룹 내부와 자산포트폴리오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ESG금융에 10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ESG 역사를 보다 정밀히 다져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전략적 셈법도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에 있어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이기 때문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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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본업 잃지 않는 실무위주 ESG

우리금융의 ESG는 실무적으로도 뛰어나다. 우리금융은 2020년 초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했을 때, 지역사회 내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한 각종 지원에 앞장섰다. 2021년에도 본점 인근 식당 선결제 캠페인 전개를 시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100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 구입 등 '착한 소비 캠페인'을 선제적으로 펼쳤다.

같은 해 10월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5억원을 기부하고, 영세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450개 업체에 긴급생활자금 100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사회적 금융 지원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이 운용한 금융정책상품 지원 규모는 ▲새희망홀씨 4608억원 ▲햇살론 1022억원 등이다. 연체우려 채무자를 위한 '신용대출 119프로그램'을 통해서도 2만7000여명의 고객에 총 3534억원의 대출을 지원했다. 일자리 창출에는 2조5000억원의 특별자금이 투입됐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실무적인 우리금융의 ESG경영은 성공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각종 국내외 주요 ESG 평가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ESG평가서 'AA' 등급을 받았다. 2019년, 2020년 두 해 연속 받았던 'BBB' 등급을 두 계단 뛰어넘은 성적이다. 국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평가에서도 작년 'A+' 등급을 받으며 2019년 'B+'등급에서 두 계단을 상승했다.

올해 2월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S&P글로벌이 발표한 '2022년 기업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 국내 금융그룹으로 유일하게 '인더스트리 무버(Industry Mover)'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7000여개 기업을 조사해 산업군별 전년 대비 ESG 실적이 가장 많이 향상된 기업 53개에만 부여하는 등급이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의 횡령 사태가 우리금융의 ESG 관련 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오는 3분기에 ESG평가결과 정기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2020년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A'를 받았는데, 이번 횡령 사태가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밝혀질 경우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평가등급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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