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학회, "이번 사례 실제 비일비재"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의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의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최근 큰 충격을 던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의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서 이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새벽 국내 TOP3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지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응급의료센터 30% 이상, 24시간 뇌졸중 진료 불가

대한뇌졸중학회는 4일 이 사건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비일비재했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 대형대학병원에서도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정도이니 상대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대다수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24시간, 365일 작동하는 치료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학회는 털어놨다. 

학회의 직접조사에 의하면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에서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진료가 가능하지 않았다. 

학회는 "거의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응급수술이 필요한 뇌졸중 환자를 위해 수술장과 중환자실을 즉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응급 수술이나 시술에 필요한 인력을 포함해서 급성 뇌졸중의 치료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현직 대학병원 뇌혈관외과 교수도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장문을 글을 통해 국내 중증의료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백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뇌혈관외과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아산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단 2명뿐이라는 사실"며 "큰 대학병원은 그나마 뇌혈관외과 교수가 2명이라도 있지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다"고 털어놨다. 

그날의 진실에 대해서도 방 교수는 입을 열었다. 그는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었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 중이었다"며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어서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으나 결국은 출혈 부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뇌혈관외과 교수, 1년 절반 야간 당직이 현실

뇌혈관외과 교수가 국내 TOP3 초대형병원조차 2명이 전부인 이유는 무엇일까? 

방 교수는 "1년에 휴가 10일 정도 외에는 일만 하는 기계처럼 근무해야 한다"며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달랑 2명이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서 근무한다"고 현실을 알렸다. 

뇌혈관외과 교수는 낮에 외래와 입원 환자 진료, 수술, 교육, 연구 업무에 더해 1년의 절반은 당직으로 밤에 응급환자까지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뇌혈관외과 수술도 절대 간단하지 않다. 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은 시술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고 수술의 위험도 역시 높다. 

방 교수는 "그러니 젊은 의대생들이 뇌혈관외과를 지원할 리 없고 그나마 신경외과 의사가 되려고 들어온 전공의들도 4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해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된다"며 "뇌혈관 수술의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다 못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나마 뇌혈관외과 의사를 전임의까지 훈련시켜서 양성해 놓으면 대부분이 뇌혈관외과 의사의 길보다는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뇌혈관내시술 의사의 길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증의료제도 지원 개선책 마련에 현직에 있는 저도 한 목소리 낼 테니 국민들도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학회도 만성적인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이 같은 문제를 근절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학회는 "뇌졸중집중치료실의 수가보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의 수가가 더 높은 현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뇌졸중의 응급진료를 감당해야 하는 수련병원의 전공의 숫자도 늘려야 한다"고 대안을 냈다. 

이어 "무엇보다 충분한 숫자의 권역센터를 확보하고 권역센터에서는 24시간 365일 치료체계가 상시 작동하도록 충분히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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