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각국 정부, 석유사에 초과이익 거둬 취약계층 도와야"
영국·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횡재세 시행·도입 논의 활발해
한국판 횡재세 법안 발의 예고, 역대급 이익 정유사 부담감 증가

국내 정유 4사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횡재세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장까지 나서 "석유사들이 거둔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매겨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정유 4사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횡재세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장까지 나서 "석유사들이 거둔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매겨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유엔 총장까지 가세해 각국에 석유회사에서 횡재세를 걷어 취약층을 도울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도 야당을 중심으로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글로벌위기대응그룹(GCRG) 보고서 발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석유·가스 회사들이 에너지 위기로부터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공동체 뒤에서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회복하는 데 애를 먹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모든 나라 정부에서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매겨 재원을 어려운 시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계 5위권 내 정유사들이 거둔 지난 2분기 이익은 약 600억달러로 분기 실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영국 정부에서는 지난달부터 에너지값 급등으로 혜택을 본 석유·가스업체에 세금을 물렸다.

미국도 석유회사들 초과 이익에 소비세 형태로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 세계 곳곳에서는 횡재세를 시행하거나 적극 검토 중인 상황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등에서는 정유사에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2분기도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조9053억원, 2조3292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에쓰오일 역시 사상 첫 분기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1조4424억원, 1조722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8조8008억원, 영업이익 1조3703억원을 기록했고, 실적발표를 앞둔 GS칼텍스도 비슷한 수준에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통해 “석유사업법 18조에 정유업계에 부과금을 걷을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기금 출연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정유사에게 초과이익 관련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횡재세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로 이는 정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이 적자에 허덕일 때 정치권에서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일시적 호황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초과이윤세 도입에 부작용도 예상된다. 수익성 악화로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도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기업들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면 된다. 횡재세의 접근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의 후속 조치로 현장점검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휘발유 가격은 안정화를 되찾았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인하와 지난달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포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77.16원으로 전날보다 4.65원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법안 처리 가능성도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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