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1년 전 대비 86% 순이익 급증
액손·셰브런·셸도 등 2분기 최고 순이익
영국 ‘횡재세’ 도입… 미국·한국도 추진
"에너지업체, 도약 발판 마련이 바람직"

고유가 덕에 글로벌 원유·정유 업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적인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6% 급증했다. 사진=GS칼텍스 제공
고유가 덕에 글로벌 원유·정유 업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적인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6% 급증했다. 사진=GS칼텍스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고유가 덕에 글로벌 원유·정유 업계가 실적 잔치 중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이후 유가가 약 5개월 동안 100달러대를 지속하면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업계 전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유·정유 업체 최대실적 행진 이어져

16일 더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석유 생산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472억달러)보다 86% 증가한 879억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에만 당기순이익(484억달러)이 1년 전(255억달러)보다 90%가량 급증한 덕이다. 이는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 이후 분기 기준 최고다.

미국 석유기업인 엑손모빌(178억5000만달러)·셰브런(116억2000만달러)과 유럽 석유기업 셸도(115억달러)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호실적을 거뒀다.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기업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2조32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GS칼텍스(2조1321억원), 에쓰오일(1조7220억원), 현대오일뱅크(1조3703억원) 순이었다. 이들 모두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들의 깜짝실적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판매가 늘고 정제 마진도 늘어난 덕분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등으로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대응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3월부터 7월까지 약 5개월간 단 몇일을 제외하곤 100달러대를 유지했다. 지난 3월8일에는 배럴당 127.98달러까지 치솟아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78.98달러) 대비 62% 이상 급등했다. 또 수익성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정제 마진은 지난 6월 30달러에 육박하는 등 최고점을 찍으며 실적 증대를 이끌었다.

◆‘잘 나간다고, 그럼 세금 더 내라’

일각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횡재세)를 도입해야 하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일각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횡재세)를 도입해야 하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역대급 실적을 두고 일각에선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횡재세란 시장 상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를 뜻한다.

지난 5월 영국은 셸 등 고유가로 이익이 급증한 석유·가스 기업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민주당도 이익률이 10%를 넘어선 석유 기업에 추가로 21%의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법안을 추진 중이다.

CNN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손모빌 등 정유사 7곳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쟁이 한창인데 정상보다 높은 정유사 이윤을 미국 가정에 직접 전가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고유가로 큰 이익을 본 정유업계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고유가로 서민들이 기름값으로 고통을 받는데 정유업체는 최대이익을 거뒀다”며 “정유사 이익이 과도한 만큼 횡재세를 걷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90달러대… 정제 마진도 급락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가 9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고 정제마진도 2달여 만에 80% 이상 내려 6.6달러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횡재세보단 한국 에너지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가 9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고 정제마진도 2달여 만에 80% 이상 내려 6.6달러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횡재세보단 한국 에너지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초과수익 환수에 대해 투자업계에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들어 유가가 급락하는 데다 정제 마진도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9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91% 내린 89.41달러를 기록해 90달러선을 밑돌았고, 브렌트유도 3.11% 하락해 95.10달러 수준을 나타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들도 경기침체 분위기가 짙어지자 증산량 감축에 나섰다.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정제 마진 또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초강세를 보이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이달 들어서 배럴당 6.6달러까지 밀렸다. 6월 넷째 주 배럴당 29.5달러 대비 80% 이상 내려갔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유가 급등의 충격을 석유제품 수출로 상쇄 중으로 한국 정유사의 경제적 충격 방어막 역할이 부각됐다”며 “국가 보유 자원의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고, 올해부터 정유사가 창출하는 대규모 이익은 향후 재활용 플라스틱, 수소, 배터리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에너지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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