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안정화, 하반기 정제마진 최고점 대비 '뚝'
미국·중국발 악재… 고금리, 수출 쿼터제 확대 영향
국내 횡재세 도입 움직임 등 기업 실적 불확실성↑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9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2.7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고점이었던 6월 넷째 주(29.5달러) 대비 90.8% 하락한 수치다. 정제마진 폭락에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국내 정유 4사는 상반기 정제마진 상승세 속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정반대 상황이 됐다. 국제유가는 안정화를 되찾으면서 정제마진도 비슷한 흐름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실적을 판가름할 수익성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통상 5~6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다만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의 경우 이달 첫째 주 배럴당 8,4달러에서 둘째 주 2.7달러까지 밀렸다.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다. 정제마진의 급격한 하락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위축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미국이 연이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등 고환율과 고금리는 제품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여름 휴가철과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면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정유사들을 상대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걷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기업들은 하반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가운데 횡재세 도입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제 확대 등으로 정제마진이 추가로 영향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공급 확대의 경우 정제마진 상승 폭은 상당 부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는 석유제품 수출량을 늘리면 중국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1500만톤 규모의 수출 쿼터 확대를 요구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았다.

겨울철 난방 수요 등으로 계절적 성수기에 악재가 겹쳤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정유사들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가마저 올해 상반기 100달러 이상에서 대폭 하락했고 제품 수요가 지속해서 쌓이는 등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동절기 수요가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실적을 가르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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